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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대기업(재벌) 대출 비중 늘어”
21일 KB·신한·우리금융그룹은 SEC에 제출한 ‘2023년 사업보고서(Form 20-F)’에서 지난해 이들 금융그룹의 대기업 관련 신용 익스포저(대출이나 신용 보증 등으로 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Form 20-F’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기업들이 SEC에 제출하는 연례 사업보고서로 투자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반드시 기재하게 돼 있다. 국내에서는 공개하지 않는다. 5대 금융그룹 중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하나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지주는 해당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박경민 기자 |
이들 금융그룹은 해당 보고서에서 대기업이란 개념을 외국인에게 설명하기 쉽게 재벌이라는 용어로 풀어썼다. 그러면서 최근 소수의 대기업에 금융사 대출이나 보증이 많이 쏠리는 점을 특히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KB금융의 37개 주채무계열(빚이 많아 관리가 필요해 금융당국이 지정한 대기업 그룹)에 속한 대기업 집단에 대한 총 익스포저는 46조326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2년(39조5350억원)과 비교해 17.1% 증가한 금액으로 KB금융이 가진 전체 익스포저에 약 7%다. 주채무계열 기업은 총차입금이 직전년도 국내총생산의 0.1% 이상이면서, 전체 은행권 기업 신용공여잔액의0.075% 이상일 때 금융감독원장이 지정한다. 주채무계열로 지정되면, 재무구조 개선 등이 추진된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이 보고서에서 밝힌 신한은행의 상위 10대 기업 익스포저도 28조9400억→30조5210억원으로 늘면서 은행 전체 익스포저의 약 8.8%까지 올라갔다. 해당 시기 우리금융도 40대 대기업에 대한 총 익스포저 규모가 21조6220억→25조9180억원 증가해 전체 익스포저에 4.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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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악화시 중소도…위험 커버 보증 못 해”
금융그룹들은 대기업이 납품 중소기업에도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들 부채가 부실화되면 위험 정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B금융은 “익스포저 상위 20대 기업 중 8개는 주채무계열에 속한다”면서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당사의 익스포저에 포함된 중소기업의 유동성과 재무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은 “만일 주채무계열을 포함한 대기업에 대한 익스포저 신용등급이 하락한다면, 추가 신용손실충당금 전입 및 해당 증권에 대한 감액 등을 요구받을 수 있다”면서 “해당 익스포저에 대해 적립한 신용손실충당금이 모든 미래의 손실, 새로운 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한 손실을 커버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증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금융도 “재벌에 대한 익스포저의 신용 건전성이 악화하는 경우, 당사는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부담하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런 대기업 채무에 대한 우려는 특히 최근 기업대출이 급격히 느는 가운데 언급돼 더 주목을 받는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도 최근 발간한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2018년~지난해 말 기업대출 증가율이 평균 8.3%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변화율(3.4%)을 크게 상회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명목 GDP 대비 기업대출 비율이 2017년 말 92.5%에서 지난해 말 122.3%로 높아졌다”면서 “한계기업 부채 비중 확대 등 기업부채의 질이 다소 저하되고 있는 데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주요 금융그룹의 대기업 익스포저에 대한 경고가 의례적인 언급이라는 분석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Form 20-F’에 위험 요인을 밝히지 않았다가, 그 요인으로 투자 손실을 보면 엄격한 제재를 받기 때문에 가능한 위험 요인을 최대한 적어두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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