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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완벽주의' 전영현 구원투수로…삼성전자 반도체 수장 교체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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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1조9156억원, 영업이익 6조6060억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2.8% 늘고 영업이익은 931.9% 급증했다. 2024.04.30.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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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정기인사가 아닌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반도체 수장을 교체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조직 내 위기감이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2021년 12월부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을 맡아온 경계현 사장은 21일 인사로 3년 5개월만에 반도체 사업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경 사장은 반도체 위기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스스로 DS부문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성전자와 전자관계사의 미래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실질적 사업조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후선 퇴진'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반도체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인사라고 설명한다. 꼼꼼하고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스타일의 전영현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올려 '초격차' 기술혁신과 조직의 분위기 쇄신을 이뤄내겠다는 것.

사실 삼성 내부에선 DS부문장 교체는 '예견됐던' 움직임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불황 여파로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2022년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2023년 1분기에서야 뒤늦게 감산에 나서는 전략적 실책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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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S부문 실적 추이/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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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놓친 것도 뼈아프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계의 '핫템'으로 부상한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주고 고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AI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4세대)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 왔고, 지난 3월부턴 8단 HBM3E(5세대)를 양산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공급을 위한 검증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도 세계 1위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형국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TSMC(61.2%)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바닥은 찍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022년 4분기(2700억원)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메모리는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감으로 전반적인 구매 수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 일단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고 보고 삼성전자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리더십 교체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내부에선 '쇄신'에 경영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달성하고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선 현재의 모습을 철저히 반성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최근 삼성전자 전체 임원의 주6일 근무제 도입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고육지책 중 하나다.

일각에선 전자계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와의 마찰을 이번 교체 배경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사업지원TF는 철저히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강조한 반면, 경 사장은 생산을 우선하면서 이견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DS부문장 변경은 삼성전자 DX, DS부문의 두 대표이사가 협의를 거쳐 이사회에 사전 보고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의 교체로 삼성전자는 당분간 한종희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아 온 경 사장은 이날 사임서를 제출하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로 9개월 가량 남은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열릴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이사(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장(부사장) 겸임)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반도체담당으로 재배치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김 부사장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반도체 투자 등을 담당했던 인물로, 그의 복귀는 삼성이 반도체 투자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신임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에는 유규태 삼성전자 의료기기 전략마케팅팀장 겸 삼성메디슨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이 임명됐다. 신임 유 대표는 1975년생으로,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거쳤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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