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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라이칭더 '실용적 독립' 의지에 中·대만 친중 세력 파상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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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부·대만사무판공실 이어 관영 매체도 '십자포화'…향후 '中 강경 대응' 예고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취임사에서 독립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내용에선 독립 의지를 비친 것이라면서 중국은 물론 대만 내 친중 세력이 파상 공세를 퍼붓고 나서 향배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대만 중국시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1일 중화권 언론과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중국 당국과 중국 관영매체들은 라이 총통을 겨냥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스스로 '대만 독립운동가'라고 칭한 라이칭더가 양안 대립과 대결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헛된 약속으로 대만에 해를 끼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면서 "(대만 집권 세력인) 민주진보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1992년 합의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환구시보 인터넷판 환구망은 "라이칭더 식의 대만 독립은 갈 길이 없다"는 제목의 사설로 라이 총통을 비난했으며,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판 신화망은 "대만 독립은 막다른 골목으로 그에 대한 용인과 지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 논평을 게재했다.

홍콩의 유력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베이징이 라이 총통의 취임사가 위험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과 분리주의 활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발신했다"고 짚었다.

SCMP는 그러면서 "라이 총통 이후 대만해협 긴장이 더 고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전날 라이 총통의 대만 주권 주장이 곧 '독립' 주장이라면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비난했다.

라이 총통이 "우리 모두 알고 있듯 주권이 있어야 비로소 국가"라면서 "중화민국 헌법에 따라 중화민국 주권은 국민 전체에 속하고, 중화민국 국적자는 중화민국 국민이며,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밝힌 걸 문제 삼았다.

아울러 라이 총통이 "새 정부는 '네 가지 견지'를 계승하면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不卑不亢),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전임 차이잉원 정부가 2021년 발표한 양안 관계 원칙으로 ▲ 자유·민주 헌정 체제를 영원히 견지 ▲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상호 불예속 견지 ▲ 주권 침범·병탄 불허 견지 ▲ '중화민국 대만'의 앞날 견지와 전체 대만 인민의 의지 준수를 그 내용으로 하는 '네 가지 견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는 '양국론'(兩國論)이자 대만 독립 추동 행위라는 것이다.

같은 날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천빈화 대변인을 통해 차이 총통의 취임사에 "'대만 독립' 입장이 견지됐고, 분열이라는 오류를 제멋대로 퍼뜨렸으며, 양안의 대립·대결을 선동하면서 '외세에 기댄 독립 도모'와 '무력으로 독립 도모'를 망상했다"고 비난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취임 첫날 라이 총통을 독립주의자로 규정하고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향후 거친 대응을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대만 독립주의자'로 불렸던 라이 총통이 대만의 국방·경제·민주주의 강화와 현상 유지라는 4가지 기둥(支柱)론을 지속해 주장하면서도 지난 1월 13일 총통 당선 이후엔 대만 독립 주장을 하지 않았으나, '실용적인 독립'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전임 차이잉원 정부 시절 8년간 대만과 당국 간 교류를 단절한 채 대만해협에서 군사·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는 한편 무역 제재 등 경제적 강압을 하면서도 국민당을 포함한 대만 내 친중 세력 다지기를 해온 탓에 라이 총통의 실용적 독립 의지를 겨냥한 대만 내부의 반발도 작지 않다.

친중 성향 자오춘산 대만 담강대 대륙연구소 명예교수와 황제정 담강대 전략대학원 교수는 라이 총통 취임사에 대해 각각 "차이 전 총통의 취임사와 비교할 때 퇴행했다", "중국과 대만 두 국가론으로 가득 찼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이와 달리 왕신셴 대만정치대학 동아시아 연구소 초빙교수는 "중국 당국의 라이 총통 취임사 비판이 너무 가혹하고 지나치다"고 분석했다.

jinbi100@yna.co.kr,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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