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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팔레스타인 3만 죽인 이스라엘 재판 세우자는데…바이든 "이스라엘 편 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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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터무니없다"며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하지만 일부 서방 국가들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ICC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ICC 검사장이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은 터무니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동등하지 않다"라며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 편에 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유사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하마스는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이뤄졌던)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유대인 학살을 벌인 테러 조직"이라고 하마스 측을 맹비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ICC는 (팔레스타인)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떠한 사법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며 ICC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전쟁범죄인지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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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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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독일 등에서도 ICC 검사장의 영장 청구에 반발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이날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날까지 3만 5562명이 사망하고 7만 9652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사망자 수는 1139명이다.

또 이날 가자 북부의 자발리아와 베이트 라히야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18명이 사망했다고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팔레스타인의 북쪽과 남쪽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2주 동안 가자 인구의 40%인 90만 명 이상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해 강제 이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유럽 내부 및 국제기구 차원에서는 미국, 영국 등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자 라비브 벨기에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 (이전 트위터) 본인 계정에서 "칸 검사장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관리들 모두에 체포 영장을 청구한 것은 팔레스타인 상황 조사에 중요한 단계"라며 "벨기에는 범죄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국제 사법의 필수적인 일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역시 X의 본인 계정에서 "ICC 검사의 결정을 주목한다"며 "독립적인 국제기구로서 ICC의 임무는 국제법상 가장 중대한 범죄를 기소하는 것이다. ICC 법령을 비준한 모든 국가는 법원의 결정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라크리쉬난 라자고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도 본인의 X 계정에서 체포 영장을 환영한다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혐의가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모든 혐의는 그대로 적용될 것 같다. 또 누락된 혐의에는 거주공간을 포함한 다양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인권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심각한 학대의 피해자들은 수십 년 동안 처벌받지 않는 벽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사장에 의한 이 원칙적인 첫 조치는 최근 몇 달 동안 저지른 잔혹 행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재판에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ICC 회원국들은 ICC 판사들이 (검사장인) 칸의 (체포영장) 요청을 고려하는 동안 적대적인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ICC의 독립성을 단호하게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이날 오후 국제형사재판소(ICC) 카림 칸(Karim Kahn)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해 "2023년 10월 8일부터 팔레스타인(가자지구) 영토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와 반인도 범죄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진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며 전심재판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ICC 조약인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로마조약) 의 다수를 위반했다며 청구 이유를 밝혔다. 칸 검사장은 이들이 로마규정 제8조 전쟁범죄 중 '민간인들의 생존에 불가결한 물건을 박탈함으로써 기아를 전투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비롯해 '고의로 신체 또는 건강에 커다란 괴로움이나 심각한 위해를 야기한 점'과 '생명 및 신체에 대한 폭행 특히 모든 종류의 살인, 신체절단, 잔혹한 대우 및 고문' 등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칸 검사장은 하마스의 야히야 신와르와 무함마드 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 등 3명의 지도부 인사들에게도 전쟁범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이들에게도 이스라엘 측과 유사한 혐의를 적용했다.

실제 체포영장이 발부될 경우 체포·인도청구서를 송부받은 국가는 ICC 규정 및 자국의 국내법 절차에 따라 이를 집행해야 한다. 특히 유럽연합의 경우 모든 국가가 ICC 회원국이기도 하다.

체포영장이 청구된 대상자들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곳인 가자지구가 ICC 관할권인지 여부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자국이 IC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이나, ICC는 2015년 팔레스타인이 로마조약에 서명했기 때문에 가자 및 서안지구 등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관할이 가능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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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형사재판소(ICC) 카림 칸 검사장이 20일(현지시각) CNN <아만푸어>에 출연해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NN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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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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