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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마약 한것 같다' vs '부정부패'…아르헨·스페인 외교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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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국 지도자 겨냥한 비난 발언 놓고 서로 공식사과 요구·대립

연합뉴스

연설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마드리드 AFP=연합뉴스) 스페인 극우 복스당이 19일(현지시간) 개최한 극우 행사 '유럽 비바 24'에서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와 스페인 외교 갈등이 갈수록 수위를 높이면서 스페인 정부가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아르헨티나 대사를 초치했다고 현지 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의 '유럽 비바 24' 행사에 초대된 밀레이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사회주의를 비난하면서 스페인 총리 내외를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심각한 외교 결례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밀레이 대통령은 좌파 정치인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부인이 부정부패했으며, 산체스 총리는 이 때문에 총리직 수행을 지속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데 5일이 걸렸다고 비꼬았다.

이에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한 발언"이라고 반박하면서 "외교 관습과 국가 간 공존의 가장 기본적 원칙을 깼다"고 비난했다.

그는 밀레이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스페인의 주권과 존엄을 위해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스페인 정부는 아르헨티나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으며, 스페인에 있는 아르헨티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회주의자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파도를 타고 서핑하면서 아르헨티나로 돌아왔다"고 조롱 수위를 더 높였다. 현재 스페인 여당은 사회노동당이다.

더 나아가 아르헨티나 정부는 "사과는 스페인 정부가 해야 한다"면서 지난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스페인이 상대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를 지지한 것과 스페인 교통부 장관이 최근 밀레이 대통령 후보 시절 동영상을 보며 "약을 한 것 같다"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아르헨티나 정부 대변인은 이번 밀레이 대통령의 스페인 방문은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스페인 유수의 기업가들을 만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국 외교 관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자국을 방문한 밀레이 대통령이 극우 행사에서 총리 내외를 모욕한 것은 양국의 오랜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를 스페인에 대한 정면 공격으로 간주했다.

밀레이 대통령이 발언이 알려지자 아르헨티나 국내에서도 그의 언행을 비난하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양국은 형제 국가이며 서로 좋아하고 존중한다"며 밀레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훌륭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대표해서 한 발언이 아닐 것"이라면서 양국 정부 간 존중이 결여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스페인 정부가 최악의 경우 외교 단절까지 거론했다고 보도했지만, 양국 간의 역사와 관계를 고려했을 때, 가능성은 높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2월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테러리스트 살인자', 루이스 이그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부정부패로 감옥에 갔다 온 공산주의자',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무식한 자',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변 덩어리, 악마, 공산주의자' 등 원색적으로 모욕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밀레이 대통령은 교황을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했고, 나머지 국가 원수의 경우는 디아나 몬디노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을 보내 해결을 모색한 바 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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