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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美송환 보류…英고등법원 항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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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표현의자유 보장" 약속에도…고법, 소명 미흡하다고 판단

이라크·아프간전 폭로로 피소…어산지·호주, 기소 취하 요구

뉴스1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미국 송환과 관련한 재판이 열린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고등법원 앞에 어산지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2024.05.2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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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각국 정부와 기업의 미공개 문서를 폭로해 온 국제 비영리단체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줄리언 어산지의 미국 송환이 보류됐다. 영국 법원이 어산지 미국 인도를 결정한 내무부 행정 명령에 대해 어산지 측의 항소를 허용하면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영국 고등법원은 미국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호주 국적의 어산지를 미국으로 인도하도록 한 영국 내무장관의 행정 명령에 대해 그가 미국 재판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항소할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지난 3월 영국 고등법원은 어산지에 대해 미 사법당국이 사형하지 않겠다고 보장해야 그의 신병을 넘겨줄 수 있다고 결정했다. 미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 수정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는 미국 정부 측 변호인단의 주장은 기각했다.

그러면서 영국 고등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형 언도를 제외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미 국무부 측에 요구했고, 미 국무부의 보증이 충분한지 여부에 대해선 이날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이날 법정에 선 미국 정부 변호인단은 어산지가 미 수정헌법 제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와 관련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어산지에게 미국 인도 명령에 항소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형 언도를 제외하겠다는 미 국무부의 확약은 받아들였다.

이날 영국 법원이 미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면 어산지는 24시간 내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뻔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어산지의 아내 스텔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모르겠다"며 "미국은 어산지에 대한 기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어산지가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수십만 건의 군사 및 외교 비밀 문서를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하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18건의 방첩법 위반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어산지는 에콰도르 런던 대사관에 7년간 도피해 있다가 2019년 영국 경찰에 체포돼 현재까지 런던 벨마쉬 교도소에 구금됐다.

그의 미국 송환 문제를 두고 영국 형사법원은 2021년 1월에 어산지의 정신 건강과 미국 교도소에서의 자살 위험을 들어 미국 송환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미 정부가 어산지를 악명높은 감옥인 'ADX 플로렌스'에 가두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고등법원은 같은 해 12월에 미국 인도를 허용했다.

이에 불복한 어산지 측은 영국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22년 3월, 어산지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기'하지 못했다며 이를 각하했고 당시 영국 내무장관이었던 프리티 파텔은 그의 인도를 승인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영국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어산지 측이 내무장관이 서명한 이 인도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허가를 요청해 진행됐다. 이날 법원이 인도 명령에 항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만큼 5년을 끌었던 어산지의 미국 송환은 추가적인 법정 다툼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어산지 측은 본국인 호주 인도를 희망하고 있으며, 호주 정부도 미국을 상대로 기소 취하를 요구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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