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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라이칭더 “양안 현상 유지... 中은 문공·무하 멈추고 대화 나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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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라이칭더(가운데) 신임 총통과 샤오메이친(오른쪽 끝) 신임 부총통, 차이잉원(왼쪽 끝) 전 총통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라이칭더 총통은 취임사에서 “(대만은) 중국의 각종 위협에 맞서 국가 수호의 결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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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발의 예포 발사에 이어 헬리콥터 부대가 청천백일기를 달고 하늘을 갈랐다. 지난달 지진 피해를 입은 화롄 지역 시바오 초등학교 학생 등이 나선 중화민국 국가 제창까지 이어진 뒤 이날의 주인공이 무대 중앙에 섰다. 라이칭더(賴淸德) 신임 총통(대통령 격)이었다. 객석에 앉았던 약 2만명의 참석자들은 라이 총통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자 ‘우아’ 하는 함성을 터뜨리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20일 라이 총통의 취임식이 열린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 총통이 이날부터 대만의 제16대 총통에 올랐다. 그는 오전 9시 총통부에서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과 함께 취임 선서를 하고,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으로부터 ‘중화민국 국새’와 총통 인장을 넘겨받으면서 4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중국을 향해 “세계가 전쟁의 공포에 떨지 않도록 보장하자”면서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현상 유지의 뜻도 명확히 했다.

◇현상 유지, 양안 공동 번영에 방점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대만 신임 총통 취임식은 자칫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반중 성향 라이 총통이 어느 수준으로 대중(對中) 메시지를 꺼내느냐에 따라 양안 관계 악화와 미·중 갈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어 각국의 취재진이 몰려 취임사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맨 화사한 보랏빛 넥타이만큼이나 라이 총통의 언사는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고 유화적인 편이었다는 해석이다. 그는 “양안의 미래는 세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만의 민주화를 이룩한 우리가 평화의 주역이 될 것”이라며 “새 정부는 의연하게(不卑不亢) ‘현상 유지’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해선 “대만에 대한 문공(文攻·말로 공격), 무하(武嚇·무력으로 협박)를 멈추라”면서도 “대만과 함께 글로벌 책임을 짊어지고 대만 해협과 지역의 평화·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중화민국(대만)의 존재 사실을 직시하고, 대결을 대화로, 포위를 교류로 대체하자”며 “이는 상호 관광 재개와 대만 교육기관에서 학위를 따려는 학생들의 등록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화와 번영을 함께 추구하자는 일종의 유화 메시지였다는 평이다.

대만 신임 총통의 수위 조절에도 중국은 날 선 반응을 했다. 라이 총통이 “중화민국 헌법에 따라 중화민국 주권은 국민 전체에 속하고, 중화민국 국적자는 중화민국 국민이며,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라이칭더가 첫 연설에서 중국과 대만은 서로 예속되지 않고, 대만은 자기 주권을 갖는다고 강조했는데 어떻게 보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면서 “어떤 간판, 어떤 기치를 걸든 대만 독립 분열을 추진하는 것은 모두 실패하게 돼 있다”고 했다.

◇”훌륭한 총통” “경제 잘될까 우려”

대만인들은 대체로 라이 총통에 대한 지지와 기대감을 나타냈다. 참석자들은 라이 총통이 “대만이 ‘민주 세계의 최우수 선수(MVP)’가 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라이 총통이 또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대만의 국제적 참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대만이 (중국이 주장하듯 ‘중국의 대만’이 아니라) ‘세계의 대만’이며, 대만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세력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슈톈푸(58)씨는 “총통의 연설을 감명 깊게 들었다”며 “라이 총통은 양안 관계를 현명하게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만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선 중국과 보다 평화적으로 지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신잉(55)씨는 “경제가 제일 걱정”이라며 “라이 신임 총통이 경제를 잘 살려 중국 관광객도 대만을 많이 찾고 대만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취임식엔 미국과 일본 등에서 대표단을 대거 보냈다. 미국에서는 브라이언 디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이, 일본에서는 여야 의원 37명 등 사상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냈다. 우리 정부에선 이은호 주타이베이대표부 대표가 자리했다. 또 8국의 국가원수급 대표단과 교황청 특사 등 세계 각국에서 총 51개 대표단이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게 대만 외교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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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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