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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라이칭더 “양안관계 현상유지”… 차이잉원 정부 원칙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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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취임사서 입장 밝혀

中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 압박

통일 의지 표출… 갈등 심화 예고

상호 불예속, 주권 침범·병탄 불허

자유·민주의 헌정 체제 등 강조

“中 위협 맞서 국가수호 결심 필요”

美 대선 전까지 긴장 고조 않을 듯

샤오 부총통, 외교분야 역할 기대

중국군, 대만 주변 전투기 등 띄워

웨이보선 취임 관련된 내용 차단

친미·독립 성향인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20일 제16대 대만 총통으로 공식 취임하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중국은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공세를 펼치며 대만 통일 의지를 드러냈다. 라이 총통 취임 직후부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지만 라이 총통이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보다 더 강한 독립 성향을 보여온 것을 감안하면 양안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 신임 총통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과 함께 취임 선서를 하고, 한궈위(韓國瑜) 입법원장(국회의장)으로부터 ‘중화민국 국새’와 총통 인장을 넘겨받으면서 4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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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색’ 보라색 넥타이 맨 라이 총통 보라색 넥타이를 맨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전임 차이잉원 총통(왼쪽)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현지 언론은 보라색이 라이 총통의 ‘행운의 색깔’로 부총통 시절에도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보라색 넥타이를 착용했다고 전했다. 타이베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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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중국의 군사행동 및 회색위협(본격적인 전쟁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정치적 목적 등을 띤 도발 행위) 역시 세계 평화·안정의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아직 대만 무력 침공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인(대만인)들이 중국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 주권을 포기한다 해도 대만을 삼키려는 중국의 의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은 그러면서 “새 정부는 ‘네 가지 견지(堅持)’를 계승하면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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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견지’는 △자유·민주의 헌정 체제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상호 불예속 △주권 침범·병탄 불허 △‘중화민국’ 대만의 앞날을 영원히 견지한다는 전임 차이잉원 정부의 양안 관계 원칙이다. 중국은 이 원칙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며 대만 독립을 추동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며 “어떤 간판, 어떤 기치를 걸든 대만 독립 분열을 추진하는 것은 모두 실패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날이 결국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이날 라이 총통이 ‘독립’ 주장을 폈다고 규정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양안 관계 전문가를 인용해 라이 총통의 취임 이후 노선은 중국과 미국 간의 경쟁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젠웨이(王建偉) 샤먼대 대만연구센터 산하 정치연구소장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라이 총통은 긴장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거 천수이볜(陳水扁)과 차이잉원 등 민진당 소속 총통들이 취임 직후 신중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이후 도발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장기적으로 양안 관계는 낙관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라이 총통과 함께 취임한 샤오 부총통이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샤오 부총통은 대만의 주미대사 격인 주미 대만대표를 지내면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라이 총통보다 세계 무대에 더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중국에는 미운털이 박혀 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차이 전 총통의 미국 방문 등에 대한 대응 조치로 당시 샤오 주미 대만대표를 제재한 바 있다. 샤오 부총통은 “복잡한 전략적 환경 속에서 대만과 미국 관계를 극대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군은 라이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대만 주변에서 전투기와 군함 활동을 강화했고 중국 해경은 대만 진먼다오 인근 해역 순찰을 지속했다. 중국은 이날 대만 무기 판매 관여를 이유로 보잉 방산부문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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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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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는 라이 총통 취임 관련 내용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현재 웨이보 검색에 ‘라이칭더’를 입력하면 ‘관련 법률과 법규, 정책에 따라 해당 주제의 내용은 표시되지 않는다’는 알림이 맨 위에 뜬다.

국제사회는 라이 총통 취임에 축하를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공통된 이익과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라이 총통과 정치 전반에서 협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의 취임을 축하했다. 블링컨 장관은 라이 총통이 대만 민주주의 회복력을 위해 다짐했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대만과 관계를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브라이언 디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참석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라이 총통 취임 관련 질문에 축의를 표한다면서 “라이 총통하에서 일본과 대만 우정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일본은 현역 여야 의원 37명 등 사상 최대 규모로 대표단을 구성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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