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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Why&Next]부가세 인하 사실상 무산…커지는 '尹경제정책'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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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공약정책 올스톱 예고

부가세율 10% 법 명시

기재부 "추진 어렵다"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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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0 총선 당시 봇물처럼 쏟아졌던 주요 경제 공약들이 향후 입법적 추진 과정에 가로막혀 물거품이 될 것이란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 몰린 윤석열 정부 내부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주요 경제 정책 추진이 후순위로 사실상 밀리고 있어서다. 특히 총선 직전 발표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부가가치세 세율 인하 공약 등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게 정부 내 관측이다. 총선 참패로 야권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주요 정책들이 빛을 보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일부 핵심 생필품에 한해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5%로 한시 인하하는 방안 등은 추진하기 어려운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세수 감소 우려가 큰 상황에서 부가세 인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한국의 부가가치세는 세율의 차등 없이 모든 물품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일반 소비세인데 이것을 한시적으로 일부 품목에 대해서 인하할 경우 반발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가세율 5% 인하하려면 법 개정 필요

절차적인 문제도 부가세 인하 현실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 개정 없이 정부가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면세 품목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면서 "일각에서는 부가세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5% 인하 공약은 사실상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총선 참패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과반 의석을 얻으면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령 개정이 불가능한데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입법이 필요한 사안들 일부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직전에 발표했던 부가가치세 인하 민생 공약은 당의 공약이기는 했지만 정부와 협의를 마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총선 참패로 공약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세수 펑크 규모가 56조4000억원에 달한 상황에서 기재부에서는 부가가치세 세율 인하 등을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재부 관계자 또한 부가가치세 세율 인하에 대해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고 보고 있고 관련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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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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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당시 여권은 소상공인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가가치세 부담 완화를 공약했었다. 한 전 위원장은 고물가 대책으로 일부 생활필수품의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인하할 것을 제안했고, 세제당국인 기획재정부도 당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을 연 매출 8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한다고도 공약했었다. 부가세를 내는 사업자는 일반사업자와 간이과세자로 나뉘는데, 간이과세자는 세율이 일반과세자(10%)보다 낮은 1.5~4.0%로 적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간이과세자 기준을 8000만원에서 1억400만원으로 대폭 올려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정부는 이에 맞춰 부가세법 시행령을 개정, 오는 7월부터 간이 과세자 기준이 1억4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면서 "한 전 위원장의 2억원 상향은 검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 발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법 개정을 통해 간이과세자 기준을 연 매출 2억원까지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가가치세 세율은 10%로 부가세법에 명시되어 있어 세율을 인하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간이과세자 범위 또한 부가세법상 직전 연도의 공급대가 합계액이 8000만원부터 8000만원의 1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에서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으로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다. 때문에 기재부가 시행령을 바꿔 조정한 범위인 상한선인 1억400만원 이상을 설정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투세 폐지, 야권 협조 필수

윤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또한 야권의 협조가 불가피한 정책이다. 여당 단독으로 금투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폐지 추진을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정부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지대하고, 윤 대통령도 금투세 폐지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야권의 협조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주요 관계자도 “대통령이 주요 과제라고 강조하고 폐지 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정부도 이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추진 중인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법인세 감면 등도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야당 또한 강조해온 저출생 대책을 위한 육아휴직비 인상이나 남성 육아휴직제도 확대 등은 무리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면서 "금투세 폐지 등은 여야 합의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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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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