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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美·中 해양 패권 다툼…"해저케이블 변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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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케이블 수리 업체 데이터 변조·도청 우려

홍콩서 사라진 선박이 1달 뒤 대만서 출몰

해양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전기통신기업들에 태평양 해저 케이블이 중국 수리 업체에 의해 변조될 수 있다며 비공개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구글과 메타 등 거대기술기업(빅테크)에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이들 빅테크는 자체 해저 케이블을 소유하고 있으며, 일부는 해외 특수 건설·수리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상업 및 군사 데이터 보안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들도 SB서브마린시스템(SBSS) 등 중국 기업들에 대한 우려를 전달받았다. SBSS가 무선 위성 추적 서비스에서 선박 위치를 숨기는 것으로 보이며,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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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활동이 늘며 해양 안보에 대한 미 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관료와 의회 관계자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가 기밀 정보에 대한 해상 스파이 활동에서 비롯된 것인지,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WSJ 분석 결과 '푸하이', '푸타이', '볼드 매버릭' 등 SBSS 소속 선박은 대만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해안에서 운항하던 중 며칠씩 위성 선박 추적 서비스에서 사라졌다. 예컨대 2020년 6월 초 푸하이호는 홍콩 인근에서 멈춘 뒤 선박 추적기가 꺼졌다. 한 달 뒤 다음 신호가 감지됐을 때는 대만 동쪽 해안에서 일본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WSJ는 관계자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이 같은 일은 상업용 케이블 선박에서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가 SBSS 선박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해저 케이블을 통해 데이터를 도청하거나 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SBSS는 미국 주요 기업 등의 해저 케이블을 수면으로 끌어올려 부러진 광섬유를 복구하고 해저로 되돌려놓는 방식으로 해저 케이블을 수리한다. 미국 관료들은 수중 케이블이 수리를 위해 수면으로 운반될 때 변조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케이블 수리 선박이 해저 데이터 도청, 미국 군사 통신 정찰을 수행하기 위한 해저 지도 작성, 케이블 장비 지식재산 유출에 가담할 수 있어 보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군을 위한 해저 케이블을 부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주재 주미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중국 기업이 법에 따라 정상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중국 기업을 공격하고 비방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SBSS는 1995년 중국과 영국 간 합작 회사로 설립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이 사업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마린시스템즈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 또 회사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관계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미국 기업들이 당장 해저 케이블 수리 업체를 변경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통신 컨설팅 회사 인프라 애널리틱스를 운영하고, 과거 중국의 화웨이 마린 네트워크를 이끌었던 마이크 컨스터블은 전 세계적으로 해저 케이블 수리 선박은 약 50척에 불과해 선택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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