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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우보세]찜찜한 C커머스 '발신자 불명'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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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제품명 'T-shirt', 보내는 곳 'XYZ'

한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의류를 주문했더니 배달된 포장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해외직구로 산 만큼 빠른 배송은 기대하지 않았기에 일주일이란 시간은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제품을 보낸 중국 판매자(셀러)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이 찜찜했다. 'XYZ'가 셀러의 회사 이름인지, 본사가 위치한 지역인지 도통 의미를 알 수가 없다. '발신자 불명' 우편과 다를 게 없다.

비슷한 종류의 상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찾다가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를 찾은 소비자들은 이런 경험을 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제품에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교환이나 환불이 필요한 경우라면 어떨까. 사실 1000~3000원짜리 초저가 일회용품이라면 그냥 버리는 게 낫다. 소비자 입장에선 푼돈을 돌려받기 위해 소통이 어려운 중국 플랫폼에 일일이 민원을 넣는 수고로움이 아깝고, 판매자도 제품 회수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 차라리 소액 환불 처리가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제품을 그대로 국내에서, 소비자가 폐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고가여서 반드시 교환이나 환불이 필요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비자는 이른 시일 내에 제품을 교환하거나 환불받아야 하는데, 현재 중국 이커머스의 운영 약관이나 국내 조직을 보면 일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현재 알리에 등록된 18만8000여개 중국 셀러는 회사명과 이메일만 등록돼 있고, 연락처나 회사 위치 등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를 찾을 수 없고, 웹 검색을 해도 정보가 없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자 알리는 올해 초 국내 소비자센터(1533-6727)를 만들고 상담 직원을 고용해 분쟁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 판매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고, 운영 약관상 플랫폼의 면책 범위가 넓어 신속한 해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테무는 이런 문제를 공식적으로 대응하고 운영 조직을 관리할 '국내 대리인'이 없다. 분쟁 발생 시 적용 법률은 미국 연방법이며, 관할 법원은 스위스에 두고 있다. 현재로선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에 가깝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을 바꿔 해외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려는 배경이다.

최근 알리를 이용했던 한 소비자에게 몇 달 새 수십 개의 미주문 상품이 잇따라 배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6개월째 지속된 택배 폭탄으로 50개가 넘는 상자가 쌓였는데, 그 중엔 빈 상자도 있었고 심지어 쓰레기가 담긴 것도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배송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발신인 불명' 상자였다. 국내 소비자센터에 반품 요청해도 "결정 권한이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에선 판매자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무작위로 보내는 이른바 '브러싱 스캠'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향후 마약 배송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현지 판매자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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