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비대위원장 "혁신도 소홀히 않을 것" 취임 일성
비대위원 인선부터 '총선 패배 책임자' 다수 포함
방향 잃은 '전당대회 룰' 개정…당정관계도 변화 안 보여
'전당대회용' 태생적 한계…당 내 권력도 '사분오열' 형국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주요 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을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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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대위는 현재까지 19일까지 비대위 회의를 두 차례 가진 데 이어 사무총장·정책위의장(성일종·정점식 의원) 등 주요 당직 인선 등을 마쳤다. 황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1차 회의에서 "당헌당규가 부여한 권한을 갖고 우리에게 맡긴 당무를 잘 처리해, 속히 '국민이 바라는 여당'다운 국민의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열린 2차 회의에서도 "일하는 비대위를 만들자고 약속한 만큼, 지체없이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황 비대위원장이 연일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딱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비대위 핵심 역할인 '전당대회 룰 개정' 문제만 봐도 여기저기 눈치 보기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황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나경원 동작을 당선인이 주최한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서 전대 시기와 룰 확정 일정에 대해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하는 문제고, 그에 따라 절차가 정해져 있다"며 "전례에 따라 일정을 정할 건데 대개 공표를 안 한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번에 새로 규정을 만들어 전당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그것을 묵살한다면 과연 당원들이 받아들이겠냐, 또 국민은 어떻게 볼까 싶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기존과 같이 치르고 다음 지도부에 룰 개정을 맡기자는 친윤계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룰을 바꾸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비대위원 인선에서도 전당대회 룰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 사람들은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배제했다"고 했다. 자신 룰 개정 방향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당 지지율 회복을 위한 또다른 과제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관계 탈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대위는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으나, 황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특정 사안과 관련한 별도 요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만찬 후 '황 비대위원장이 자리에서 전대 준비 등 당 현안을 차질 없이 챙기는 한편,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당정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해 원칙론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은 김건희 여사·채상병 특검에 대해 '거부 입장인 윤 대통령과 전반적으로 다 같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황우여 비대위'의 행보는 지난 2020년 황교안 전 대표 체제로 치른 21대 총선 참패 직후 등장한 김종인 비대위의 쇄신 행보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미래통합당 시절 지금의 국민의힘과 비슷하게 총선 패배 40여일 후 공식 출범한 김종인 비대위는, 비대위원 인선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낙선자 신분이었던 김현아 의원과, 현재도 당 안에서 '소장파'로 꼽히는 김재섭·김병민 당시 서울 도봉갑·광진갑 조직위원장이 모두 이때 비대위원에 포함됐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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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비대위원장은 취임 다음 날 열린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서도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과거 가치와는 조금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 강력한 당 체질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도 당 내 의원들을 향해 '더는 보수, 자유, 우파라는 말을 쓰지 말라. 국민은 더 이상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는데, 당시 장제원 의원 등 상당수 인사들이 이에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이후 '국민의힘'으로의 당명 개정, 탄핵 사과 등 쇄신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간 김종인 체제는, 이듬해 4월 열린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지속된 당 암흑기를 끊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도 지금까지 황우여 비대위가 보여준 모습이 향후 당 지지율 회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여당 자체가 현재 '힘의 공백' 상태이자, '권력의 진공' 상황"이라면서 "김종인 비대위와 다르게 기간을 '전당대회 이전'까지로 규정해놓고 시작하다보니, 권력이 사분오열돼 당이 나아갈 방향을 못 잡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비대위원 인선부터) 친윤 등 총선 패배 책임이 있는 사람이 대거 들어갔다"며 "국민 신뢰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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