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우리 가족 중국어 배워”…푸틴, 친밀감 표시하자 시진핑 반응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푸틴, 회담서 비위 맞췄지만
시진핑, 형식적인 발언 일관


매일경제

1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확대회의 후 서명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EPA/신화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기간 적극적 구애를 펼친데 반해, 시진핑 주석은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중국의 지지가 절실하지만, 시 주석은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이어가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BBC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중국 국영매체들은 양국 정상의 우정을 집중 조명했지만 사실 더 이상 동등한 동반자 관계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BBC는 “푸틴은 중국이 고립된 러시아와 무역을 지속하길 원하며 공손한 태도로 중국을 찾았다. 그의 발언은 비위를 맞추는 어조와 표현들로 채워졌다”고 꼬집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가족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공개석상에서 자녀 관련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 그의 평소 모습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BBC는 시 주석에 대해 “푸틴 처럼 고상한 칭찬이 담긴 말투를 따라 하지 않았다. 그의 발언들은 보다 형식적이고 건조하기까지 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중국은 러시아처럼 스스로를 세계와 단절하지 않았고 그러길 원치도 않는다”면서 “시 주석은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으려 시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시주석이 푸틴을 버리려는 건 아니지만, 그는 푸틴과 달리 혼란을 통해 얻을 것이 없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적 승리를 거두려면 경제적 안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무역이 필수인데, 현재 러시아에게 이것은 사실상 중국만이 지원할 수 있다.

미국 CNN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중에서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이 많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CNN은 “막후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불확실하나, 푸틴은 공개적으로 인정된 성과를 거의 얻지 못한 채 베이징을 떠났다”면서 “거창한 수사에도 구체적 공약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과 방위산업에 대한 지원을 중국과 논의하려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러시아에 무기는 지원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서방이 설정한 소위 ‘레드라인’을 넘진 않으면서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커트 볼커 전 나토주재 미국 대사는 “푸틴은 더 많은 도움을 요청하려고 갔지만 무기나 탄약을 비롯해 전쟁을 위한 직접적 지원을 중국으로부터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시진핑 주석이 16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비공식 회의 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도 양국 정상이 공개석상에서 포옹하면서 밀착을 과시했지만 “이들이 상대방에 대해 꼭 그렇게 신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평가절하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포옹을 나눈 건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두 지도자는 함께 일한 오랜 역사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놀랄만한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중러 관계가 어떻게 갈지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5기 집권 시작 9일 만에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을 찾아 밀착을 과시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방중 첫날 두 정상은 12시간 이상 붙어있었으며, 3차례에 걸쳐 회담하며 양국관계와 국제정세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일정이 끝나자 두 정상은 포옹하며 인사했다. 푸틴 대통령의 포옹 장면은 종종 포착되지만 시 주석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공고한 양국 밀착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으로 풀이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