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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일시 귀국 김경수 “현실 정치 언급 부적절”···당내서도 “공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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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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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일시 귀국했다. 원조 친문재인(친문)계인 김 전 지사가 비이재명(비명)계 구심점 역할을 하며 이재명 대표 1극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더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제 처지”라며 몸을 낮췄다. 당내에서도 “아직은 공간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 의견이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 추도식에 참석하고 비자 발급을 비롯해서 개인적인 일 때문에 잠시 한국에 들렀다”며 “더 열심히 보고 듣고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제 처지가 아닌가 싶다”고 몸을 낮췄다. 또 “국민들께 미래와 희망을 말씀드리는 것이 정치인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렸던 사람으로서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뒤 5분 내 떠났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친문계 구심점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질문에 “일시 방문한 입장에서 우리 한국의 현실 정치에 대해서 일일이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을 꺾은 국회의장 후보자 경선에 대해서도 “묻는 취지는 충분히 잘 알겠는데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오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김 전 지사는 “봉하마을 추도식까지 가니까 찾아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선 “다른 개인적인 일정들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8월 영국 런던정경대 방문교수 활동차 출국했다. 개인 일정을 마치는 대로 6월 중에 다시 출국할 예정이라는 전언도 들린다.

잠시 돌아온 김 전 지사가 야권 정치인들과 접촉할지 관심이 쏠린다. 당내에선 당장 김 전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찾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명목상으로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려고 들어오는 거지만 그래도 상황이 어떤지 한번 직접 여러 가지 얘기를 들어보려고 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분위기를 보는 정도밖에 안 된다. 기다려야 될 때”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가 ‘이재명의 민주당’에 균열을 내려면 본인의 뜻이 있어야 하고, 그 뜻에 따르는 원내·외 인사들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두 조건 다 충족되지 않는다는 게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 의견이다. 김 전 지사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깃발을 들지 안 들지도 모르겠고 따라올 사람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김 전 지사) 본인이 대권의 꿈을 가지고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 한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들 안에서 김 전 지사 중심으로 뭉쳐야 된다는 흐름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 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밀기도 어렵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비명계가 이제는 누가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분들이 다 김 전 지사랑 개인적인 인연이 깊고 이런 분들도 아니지 않느냐”며 “현실적으로 이 대표가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연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니, 그런 상황에서 누가 (전당대회에) 나오겠다고 얘기를 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원내 중진들도 전당대회 출마를 꺼리는 분위기인데 원외 김 전 지사가 출사표를 던질 수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다른 의원은 “승부가 좀 해볼 만할 때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피선거권 제한도 제약으로 꼽힌다. 김 전 지사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당선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올랐으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김 전 지사를 특별사면했지만 복권은 하지 않았다. 김 전 지사는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피선거권 제한 기간이) 정치 금지 기간 같은 느낌”이라며 “(공직선거) 출마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현실 정치를 하는 것 자체도 사실 제약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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