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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대법 “배우자 불륜에 불법 녹음, 증거 인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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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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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휴대전화에 통화 녹음 애플리케이션(앱)을 몰래 설치해 얻어낸 녹음파일은 불륜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김모(가명) 씨가 전남편의 불륜 상대인 이모 씨(가명)를 상대로 낸 위자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통화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는 2011년 의사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남편이 병원에서 만난 이 씨와 여러 차례 데이트하는 등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김 씨 역시 불륜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면서 부부는 2021년 협의 이혼했다. 이듬해 김 씨는 이 씨를 상대로 33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재판에서 김 씨가 증거로 제출한 전남편과 이 씨의 통화녹음 파일이 쟁점이 됐다. 김 씨가 전남편 몰래 휴대전화에 설치한 이른바 ‘스파이앱’으로 확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1심과 2심은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면서 이 씨가 김 씨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상대방 동의 없이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는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통화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해당 녹음물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녹음 파일 말고 다른 증거로도 이 씨의 부정행위로 인해 김 씨와 전남편의 혼인 관계가 파탄됐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위자료 1000만 원 지급을 명령한 원심판결은 그대로 확정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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