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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여 “포괄적으로” 야 “원포인트로”…‘5·18 정신’ 개헌 다른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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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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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5·18 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식에 대거 참석하며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을 약속했지만 그 방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이 ‘87년 헌법’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두루 다루는 포괄적 개헌론을 제시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원포인트 개헌을 하자고 주장했다. 여당은 대통령 권한·임기 축소 문제가 불거질 개헌 정국을 가급적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이런 여당의 태도에 공약 파기라고 전면 공세를 펼 기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에서 “대통령, 국민의힘이 약속했으니 지키게 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반드시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해내자”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기념식에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을 지적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사기죄보다도 더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압박했다.

반면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운동의 요체로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도 개헌에 대해선 “현재 헌법을 ‘87년 헌법’이라고 한다. 시대도 변하고 국민의 국가에 대한 요구도 변했다”며 “헌법 개정은 참 어렵다. 이왕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모든 것을 녹여내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헌을 하되 시간을 두고 논의해 전문만이 아니라 본문도 바꾸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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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세번째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준우 정의당 대표,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오준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권한대행,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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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현실 가능성과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헌 전반을 다루다 보면 5·18 정신을 헌법에 담는 게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이 임기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도 개헌 논의를 하지 않는 점을 짚으며 공약 파기로 공격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서면브리핑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추진하게 된 점과 관련해 “이 사안은 윤 대통령이 공약한 내용이라 약속한 것을 지키라는 촉구의 의미도 있고, 공감대 있는 과제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약속이) 유권자 표를 노린 거짓이 아니었다면 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응답하라”고 밝혔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큰 부분부터 시도해 개헌의 물꼬를 틀면, 향후 더 많은 사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데 그걸 지금까지 봉쇄당해 오지 않았나”라며 “국민의힘만 빼고 (다른 당들은) 다 하자고 했기에 22대 국회가 되면 개헌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원포인트 개헌부터 시작해) 단계론적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당의 제안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명목상으로는 전문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은 국가적 역량의 소모가 크다고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이 큰 위기에 몰렸을 때 개헌을 제안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등 당시 여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적이 없다는 얘기도 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응해서 우리에게 유리한 게 하나도 없다. 개헌하는 김에 이것도 하자며 야당이 대통령 임기 축소, 거부권(재의요구권) 제한을 들고나올 게 뻔하다”고 말했다.

실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블랙홀처럼 정치권 논의가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선 이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헌법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는 안(윤호중 민주당 의원), 거부권 행사 후 재의결 정족수를 현행 ‘재석 의원의 3분의2’에서 완화하는 안(조정식 민주당 의원), 대통령 임기 단축과 4년 중임제, 검사의 영장신청권 삭제(조국혁신당) 등 개헌안이 나와 있다. 22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야당들은 범야권 192석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권한·임기 축소를 이슈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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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7공화국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17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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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황 위원장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 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현역 의원과 22대 국회 당선인, 원외 조직위원장을 합쳐 국민의힘에서 117명, 민주당에서 160여명이 자리했다. 행사 막바지에 황 위원장과 이 대표, 추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나란히 손을 잡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노래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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