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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의무지출 늘어나는데, 세수 전망도 먹구름… 내년 예산안서 재량지출 총량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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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량지출을 늘리지 않는 기조로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나설 계획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복지 법정지출을 포함하는 의무지출이 올해부터 해마다 약 20조원 안팎 불어나는 구조에서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다만 민생과제 등 꼭 필요한 부분에 재정을 쓰기 위해 부처별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필요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7일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도 예산 증가분이 모두 의무지출에 해당해 신규 증액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분이 사실상 의무지출 증가분으로 채워지게 되는 셈이다. 의무지출은 생계급여와 같은 기초생활보장제도, 건강보험, 공적연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을 말한다. 정부가 필요할 때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과 상반된 개념이다.

기재부의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등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올해 347조4000억원에서 내년 373조3000억원, 2026년 394조원, 2027년 413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해마다 15~20조원 가량 늘어난다.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52.9%에서 2027년 56.1%까지 확대된다.

정부는 고령화 심화에 따른 기초연금 및 4대 공적연금의 수급자 증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 과정에서의 복지분야 지출 증가, 고금리에 따른 이자지출 증가가 의무지출 비중 규모 확대되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의무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국가채무 증가 없이 신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은 재량지출 구조조정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중기 계획기간(2024~2028년)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 초중반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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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른 점도 정부가 재량지출 구조조정에 나서는 배경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55.2%였다. 2013년 37.7%에 그쳤지만 10년 간 17.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달러화 등 8대 준비 통화를 보유하지 않은 비기축통화국 11개국(IMF가 선진국 37개국 중 따로 분류) 중 싱가포르(63.9%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일반정부 부채는 국가채무(D1)에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괄하는 더 넓은 의미의 정부 채무다.

아울러 각종 감세 정책에 세수 여건이 밝지 않은 점도 정부에겐 부담이다. 실제 윤석열정부 들어 첫 세제개편에서 법인세 1%포인트 인하 조치가 이뤄진 것에 더해 지난해 기업실적 악화로 3대 세목 중 하나인 법인세 전망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부처별로 기존 재량지출 범위 내에서 신규 사업비를 충당하는 ‘선 구조조정, 후 신규 배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조조정 실적에 따라 부처별 예산상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근 2년 동안 20조원대 규모로 진행된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올해 한층 더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이렇게 해서 마련한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고 올해 삭감됐던 R&D 예산을 내년에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국가적 비상사태인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전략을 다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한 관련 재정사업의 전달체계와 집행방식 개선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확충하고 어르신을 비롯한 취약 계층에게는 기초연금, 생계급여를 계속 늘려서 생활의 짐을 덜어드리겠다”면서 “정부의 의료개혁 5대 재정투자를 재정에서 차질 없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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