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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준석 '995기 참배'에 깊어진 고심…與, 5·18 민심 어떻게 챙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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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현역의원·당선인 총출동…기념식 뒤 간담회 예정

3년 내내 기념식 참석했지만 '5·18 정신 헌법 수록' 되풀이하는 측면도

당 핵심 지지층은 내심 '못마땅'

이준석 5.18묘소 참배…與는 선수 뺏기고 진정성도 반감

노컷뉴스

발언하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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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가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당선인, 원외 당협위원장 등 150여명이 총출동하고, 기념식 뒤에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간담회도 마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3년 연속 총출동 하는 것으로, 그동안 보수 정당이 보여온 흐름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한계에 봉착했다는 자조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함께 제창했다. 윤 대통령의 권유로 소속 의원 109명 중 99명 참여했다. 이준석 당시 당대표는 이때부터 "언젠가 개헌이 된다면 5·18 정신을 담는 문제는 양당 간 이견이 없는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여권의 '호남 구애'는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기념식에서 주요 인사들과 함께 입장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오월의 어머니'들과 동반 입장해 기존 보수 정당 대통령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3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을 놓고 당내 속내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역사적 평가가 사실상 끝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당 지도부가 참석하는 것에 대해 일반 여론에서는 더 이상 변화의 신호로 인식하지 않는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의 핵심 지지층 근저에는 여전히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보는 기류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 국민의힘은 총선 국면에서 '5·18 망언' 논란을 피하지 못했고, 결국 그동안 보여온 행보에 대한 진정성까지 의심 받는 상태다. 국민의힘 총선 공천관리위원회는 망언 논란의 당사자 도태우 전 후보(대구 중·남)의 공천을 박탈했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5·18 정신이 민주주의를 지킨 우리 헌법 정신과 정확하게 부합하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5·18 망언 대응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공천까지 한 총선 후보를 낙천시킬 정도의 문제냐는 것이다. 핵심 지지층에서는 여전히 "(5·18 이슈로) 중도 코스프레를 해봤자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컷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을 접견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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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최근 추경호 원내대표와 강기정 광주시장의 지난 14일 면담 자리에서는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이야기가 나왔지만 추 원내대표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강 시장은 면담 뒤 기자들에게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 원내대표는 제 말을 듣기만 하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어정쩡한 스탠스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15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일곱 시간 넘게 참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주영·천하람 비례대표 당선인과 함께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내 묘소 995기를 모두 참배했다. 세 사람은 번갈아 가며 묘비를 닦고, '동서 화합'을 의미하는 차원에서 경상도 김해의 한 화훼농가에서 구매한 국화꽃을 헌화하고 참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에서 나가 새로 당을 만든 이 대표가 보수 정당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안, 보수 진영의 맏형인 국민의힘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국민의힘 총선 공약이었는데 오히려 이 대표에게 선수를 뺏겨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난 대선에서 일명 '호남 구애 작전'을 펼쳐 표심으로 이어지는 상당한 효과를 거둬놓고도, 이번 총선에서는 핵심 지지층의 눈치만 살핀 탓에 '보여주기식 행보' 이상의 것을 성취하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호남 내 광역자치단체 3곳 모두에서 보수 정당 역대 대선 최고 지지율을 경신했고, 특히 광주에서는 보수 정당 후보 중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기념식 참석과 5·18 정신 헌법 수록 의지만 다지고 있을 뿐 구체적인 액션은 취하지 않으면서 생겨났다. 윤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안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의 한 원로 정치인은 "이 전 대표가 국민에게 '새로운 보수 주자'로서 분명한 각인을 남겼다"며 "잠재적 대권 경쟁자가 '변화'에 대해 말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5·18에 대한 진정성을 부각할 수 있는 별다른 전략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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