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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R&D 예타 폐지로, 투자 속도 낼 듯…문제는 재정 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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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폐지한 것은 인공지능(AI)ㆍ반도체ㆍ바이오 등 혁신기술 개발에 예산을 빠르게 투입해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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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가 R&D 사업은 500억원 이상의 경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예타를 통해 정책적 필요성, 경제성 등을 따져 왔다. 하지만 심사에 최소 수 개월 이상 걸리고 예타에서 탈락하면 다시 예타 심사 과정을 거쳐야 했다. 빠른 기술 개발이 필요한 R&D 분야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입장에서도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동력을 잃는 경우가 있었다.

양자 분야에 8년간 9960억원을 투자하는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2022년 예타를 신청하고도 결과를 받지 못했다. 혁신도전 R&D 사업도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예타를 피하기 위해 490억원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등 ‘꼼수’를 쓰기도 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예타로 인해 지연되던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낼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예타의 ‘순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R&D 예산이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추진되면 예타가 걷어내던 ‘낭비 요소’가 예산에 들어갈 수 있다. 실제 모 부처는 지난해 신규 가용예산이 3407억원임에도 예타 착수 요구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정부가 자유롭게 예산을 짤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이나 특정 단체가 예산에 끼어드는 또다른 ‘카르텔’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타 폐지는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를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예타가 사업을 정밀하게 조율하고 낭비 요소를 걷어내던 순기능도 있는 만큼 이런 기능을 살릴 정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민생안정ㆍ역동경제ㆍ재정혁신 등 부문별로 정책 과제들도 논의됐다. 반도체 산업 지원, 의료개혁 추진, 국가 장학금 확충, 기초연금ㆍ생계급여 확대 방안 등 산업ㆍ민생ㆍ복지 관련 대책이 대거 포함됐다.

문제는 이런 정책 추진을 뒷받침할 재정 여력이다. 정부는 재정 투입 방안을 논의하면서도, 모든 예산 사업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처별로 사업 타당성 전면 재검토 등 덜어내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당면한 민생과제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에는 충실히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중기 계획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 초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저출생부 신설, 반도체 지원 등 시급한 재정 소요는 늘고 있지만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 동향과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예산 사업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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