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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종섭 ‘박 대령 항명 사건’ 증인 채택···‘키맨’ 유재은, 사실상 증언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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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항명’ 4차 공판 증인 신문

유재은 ‘이시원 통화’ 질의에 “공수처서 답변”

재판부, 이종섭 전 국방장관 증인 채택

경향신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 4월26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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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17일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박 대령측 변호인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전 장관측은 지정된 기일에 출석해 증언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이날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4차 공판에서 유 법무관리관의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외압 의혹은 박 대령의 항명 혐의를 판단할 핵심 요소다. 박 대령 측은 해병대 수사단에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의 본질을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로 파악하고, 이를 대통령실의 뜻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령이 대통령실의 ‘부당한’ 지시에 응하지 않고 이첩을 예정대로 진행했기 때문에 항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유 법무관리관은 이런 의혹의 한가운데 있다. 박 대령 측은 유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경찰 이첩 자료에서 혐의자를 축소 기재할 것을 요청했다며 그 배경에 대통령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유 법무관리관이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지난해 8월에만 총 26번 통화했고 특히 ‘VIP 격노설’이 언론 보도로 흘러나온 시점에 통화가 집중됐다는 점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유 법무관리관은 이날 재판에서 외압 의혹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질의 대부분에 증언을 거부했다. 박 대령측 변호인단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한 뒤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했는지 △이시원 당시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 △국방부 조사본부가 경북청에 이첩한 자료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을 포함한 6명이 혐의자 목록에서 제외된 이유 등을 물었다. 유 법무관리관은 이에 대해 “진술 조서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다” “공수처에서 충분히 말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지난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대신 유 법무관리관은 자신이 박 대령을 비롯한 해병대 관계자들에게 ‘혐의자 축소 기재’를 종용했다는 주장은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정종범 해병대 전 부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지난해 7월31일 이 당시 국방장관 집무실에서 지시 사항을 전달받고 이를 자필로 메모해 해병대 사령부에 전달했다. 메모에는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됨(없는 권한 행사)’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정 전 부사령관은 당시 유 법무관리관이 ‘범죄혐의가 불분명한 경우 범죄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이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법무관리관은 “어투로 볼 때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아니다”라며 “제가 (정 부사령관에게) 설명을 하면 장관이 중간중간에 끼어들었다. 그 설명에 대한 것(메모)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여러 가지 이첩 방법이 있다고 장관과 부사령관에게 설명했을 뿐 어떻게 해야 한다고 단정적인 말투로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혐의자와 혐의 사실을 제외하고 이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지, 이첩 서류에 담길 ‘내용’에 대한 조언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이에 재판부는 “(정 부사령관의) 메모 내용을 보면 이첩 방법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이첩 내용과 관련된 사항이 기재돼있다”고 되물었다. 유 법무관리관은 “이첩 방법을 설명하다 보면 내용과 연계될 수밖에 없어서 그런 오해를 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종섭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박 대령 측 변호인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이첩 보류 명령을 내린 이유, 정황과 관련돼있다”며 “이첩 보류가 정당한 명령이었는지 판단의 전제가 될 수 있어 증인 신청을 채택한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절차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 지정된 기일에 출석해 증언하겠다”며 “이첩보류 등의 지시는 오로지 이 전 장관의 판단과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5차 공판은 오는 6월11일 열린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과 허태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 장동호 해병대 법무실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경향신문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17일 4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출석하며 해병대 예비역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24.05.17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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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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