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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우크라 만세!” 외치던 슬로바키아 총리 총격범, 친러 단체와도 관계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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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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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이 친툴라가 2016년 친러시아 민병대 슬로벤스키 브란치(SB)의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사보치 파니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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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피의자가 현실 정치에 불만을 가진 ‘외로운 늑대 유형’인 것으로 전해졌다.

AP·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하루 전 피초 총리에게 총을 쏴 중상을 입히고 체포·기소된 암살 미수범은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외로운 늑대 유형’이라고 밝혔다. 이는 극단주의에 빠져 고립된 상태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슬로바키아 언론들은 총격범이 남부 레비체에 사는 유라이 친툴라(71)라고 보도했다.

친툴라는 지난달 치러진 대선을 계기로 급진적인 정치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에스토크 장관은 총격범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 공영방송 개혁, 특별검찰청 해체 등을 범행 동기로 꼽았다고 전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스트롱맨’으로 꼽히는 피초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를 공략해 승리했다. 그는 2006년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스메르)이 승리하자 총리로 선출돼 4년간 재임했고, 2012년 재차 총리가 됐다. 2018년 정부의 부패를 취재한 언론인의 피살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일자 물러났지만, 지난해 권좌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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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이 친툴라(빨간색 동그라미 표시)가 지난달 슬로바키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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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지만, 피초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러시아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 EU 내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에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는 매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친툴라도 이 같은 시위에 참여했으며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만세!”라고 외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피초 총리의 포퓰리즘 지지자들은 친서방 성향의 자유주의 정당 ‘진보적 슬로바키아’(PS)를 폐쇄하고 진보 언론을 단속하라는 요구와 함께 총격 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고 했고 일부는 친툴라를 진보주의자로 묘사했다.

피초 총리가 총격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불과 몇 분 만에 국영 언론과 인기 있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및 엑스(옛 트위터)의 봇 계정들에 의해 암살 시도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러시아의 광범위한 허위 정보 운동이 전개됐다고 미국 매체 와이어드가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친툴라는 오히려 친러시아 민병대와 관련이 있는 공산주의자였으며, 이민자와 폭력에 반대하는 등 혼란스러운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친툴라의 고향 친구들은 그를 “어렸을 때 반항적이었지만 공격적이지는 않았다”고 묘사했다.

그는 슬로바키아 남서부의 쇼핑몰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은퇴해 연금생활자로 살고 있다. 슬로바키아 작가협회 공식 회원으로 시집 세 권을 집필했으며, 2015년에는 인종차별 표현이 담긴 ‘눈없는 집시’를 출간했다.

이듬해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쇼핑몰에서 술 취한 남성에게 폭행 당했다. 멍이 든 얼굴로 지역 방송에 출연했던 그는 가해자를 백발 노인을 존중하지 않는 저속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그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해 그는 ‘폭력반대운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으며, 한 영상에서 “유럽에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도처에 증오와 극단주의가 만연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그는 친러시아 성향의 민병대인 슬로벤스키 브란치(SB) 대원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이 단체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에서 그는 “수십만 명의 이민자가 유럽으로 오고 있다. SB는 애국자로서 슬로바키아를 지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러시아 특수부대인 스페츠나즈 교관들로부터 훈련받았으며 2022년 10월 별다른 설명 없이 공식적으로 해산한다고 밝혔는 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위해 싸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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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총에 맞은 뒤 차량으로 이동하는 로베르토 피초 총리의 모습. / 사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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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총을 맞고 4시간가량 응급수술을 받았던 피초 총리는 의식을 되찾았다. 말을 조금 할 수 있지만, 총상을 입은 만큼 여전히 위중해 중환자실에서 집중관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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