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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NW리포트]리보세라닙 'FDA 승인' 자신 하더니…'진양곤 설화' 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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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이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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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에이치엘비(HLB)의 '리보세라닙(rivoceranib)'이 끝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벽을 넘지 못했다.

진양곤 HLB 회장은 17일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간암 적응증 1차 치료제 신약허가신청에 대해 FDA로부터 최종보완요청서(CRL)를 받았다고 밝혔다. CRL을 수령하면 FDA가 지적한 사안을 수정·보완한 후 신약 허가 신청을 다시 제출해야 한다. FDA는 수정·보완한 내용을 받고 최장 6개월 이내에 허가 여부를 발표한다.

이 회사가 FDA에게 지적받은 사항은 크게 2가지다. 회사는 "우선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제조공정과 관련해 CMC 실사 관련 이슈가 있었고, 이에 대한 답변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임상을 진행한 주요 사이트를 확인하는 절차인 BIMO(생체연구모니터링프로그램) 실사가 여행제한 문제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덧붙였다.

HLB는 리보세라닙 신약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며 항서제약의 자료를 빠르게 수정해 다시 승인받겠다고 설명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HLB그룹 상장주는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하며 시총이 하루 새 5조원 증발했다.

HLB, 올초까지 신중 기조 이어가

리보세라닙은 '혈관 내 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VEGFR-2)'를 타깃으로 하는 TKI 계열 약물이다. 암 성장에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해 암을 사멸시키는 기전이다.

캄렐리주맙은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면역 치료제로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막는 PD-1 단백질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글로벌 임상3상 결과 병용요법 투여군의 생존기간(OS) 22.1개월을 나타냈다. 기존 승인된 간암 1차 치료제 중 가장 생존 기간이 긴 로슈의 표적항암제 '아바스틴'과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병용 요법(19.2개월)에 비해 생존기간을 크게 늘린 역대 최장 생존기간이다.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해당 치료제 병용요법이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FDA의 신약 허가를 받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FDA의 파이널리뷰에서도 특별한 이슈가 제기되지 않았다.

허가 절차가 진행될수록 HLB와 진양곤 회장의 발언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압구정본부점에서 열린 HLB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진 회장은 "주사제인 캄렐리주맙 실사만 남아있고 이것만 통과되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역사상 첫번째 글로벌 항암제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며 "파이널 리뷰에서 이슈 없이 통과되더라도 FDA의 조기 품목허가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캄렐리주맙 실사와 파이널 리뷰가 남은 시점에서 아직 '확신'까지는 내비치지 않으며 수위조절에 나선 모양새였다.

지난 3월 파이널 리뷰가 끝난 직후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내부적으로는 문제 없이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통상적인 수준의 발언을 이어갔다.

진 회장, 막판에 확신 내비쳐

기류가 바뀐 것은 지난달 들어서였다.

지난달 23일 진 회장은 유안타증권 GWM반포센터에서 IR을 열고 "다음달 미국 FDA의 HLB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허가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FDA 승인은 마지막까지 예측불허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만큼 진 회장의 발언이 다소 이례적인 수준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지난달 한 매체가 승인 가능성이 높더라도 최종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회사 관계자는 "1%의 위험은 있지만 승인을 99% 확신하고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연달아 이어진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투심은 꿈틀거렸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은 HLB 주식을 560억원 순매수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라선 HLB의 신약 승인 여부에 따라 투자시장에 끼칠 영향도 지대할 것으로 봤다.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 여부는 바이오업계에서도 중대한 이슈였다. 글로벌 고금리 영향으로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리보세라닙마저 신약 개발에 실패할 경우 투자시장은 더 크게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허가 여부가 밝혀지기 전날인 16일 "특히 리보세라닙은 허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이에 따른 주가 변동도 컸기에 (허가 여부가) 바이오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허가가 안 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험난했던 리보세라닙 개발 여정

우려가 현실화되며 진 회장과 리보세라닙의 부침 많은 여정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진 회장이 리보세라닙과 연이 닿았던 시기는 지난 2009년이다. 당시 구명정 기업인 현대라이프보트를 이끌던 진 회장은 바이오 분야와 거리가 멀었으나 우연히 만난 리보세라닙을 통해 신약 개발에 뛰어들게 됐다.

리보세라닙 물질 자체는 미국 어드밴첸 연구소로부터 개발됐다. 중국계 미국인 연구자인 폴 첸 박사가 지난 2004년 물질 특허를 받고 후보물질 개발을 시작했으며, 2005년 중국 항서제약이 중국지역에 대한 사업권을 사들였다. 특허권은 연구소가 유지했다. 이후 2007년 한국계 미국인이 경영진으로 있는 미국 LSKB(현 엘레바)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권을 확보해 자체 개발에 나섰다.

진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이노지디엔을 인수하면서 출자회사였던 미국 기반의 항암제 개발업체 LSKB와 연을 맺었다.

진 회장은 LSKB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지원 요청을 하기 전까지 표적항암제를 포함, 바이오 전반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전혀 없었지만, LSKB 경영진의 열정을 보고 투자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본업인 조선업이 불황에다 신규사업 운영자금 때문에 재정이 빠듯한 상황이라 임원들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투자를 결심했다는 전언이다.

이를 바탕으로 리보세라닙은 글로벌 임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고, 지난 2011년 허가를 받아 이듬해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이후 2014년 중국 사업권을 가져간 항서제약이 위암을 적응증으로 현지에서 '리보세라닙'의 품목허가를 받자 진 회장은 글로벌 상용화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M&A 기법인 '삼각합병'을 통해 미국 회사였던 LSKB를 100% 자회사로 인수했고, 사명을 엘레바 테라퓨틱스로 변경했다.

위기도 있었다. 2019년 6월엔 리보세라닙이 임상 과정에서 목표치를 미달했다는 소식과 함께 알렉스 김, 김하용, 김성철 등 HLB 주요 주주가 임원에서 물러났다. 전년도 10월 해당 임직원이 고점에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총 547억원이나 이르는 차익을 얻었다는 논란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때였다.

진 회장 '소통', 역풍 되나

진양곤 회장의 활발한 유튜브 소통이 역풍을 불러온 일도 있었다.

HLB는 2021년 2월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한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았다. 회사가 입증하겠다고 설정한 1차 평가지표(주평가지표)가 충족되지 않은 임상을 2차 지표(부평가지표)를 내세워 '성공했다'고 발표했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2022년 3월 HLB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회사가 2년간 격랑에 휩싸이며 신중하지 못한 발표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진양곤 회장은 "신약 허가를 받아서 주주님들의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려 임직원 모두가 혼신의 노력을 쏟아부었으나 또 신약의 출시가 늦어지게 돼 참담한 심정이며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신약 자체의 문제가 아니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만큼 다시 또 혼신의 노력을 쏟아서 기어이 성과를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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