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의혹·조직적 은폐 공모 여부 등에 경찰 수사력 집중
압색으로 김호중 휴대전화 등 확보…추가 소환조사·압색 가능성
가수 김호중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트롯뮤직어워즈 2024'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4.1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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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를 받는 유명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사고 직전 유흥주점에서 대리기사를 이용해 자택에 귀가했다가 다시 차량을 몰고 나와 사고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음주운전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씨와 소속사 측은 음주운전이 아니라 단순한 '운전 미숙'이라고 주장하지만, 매니저가 차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꺼내 폐기한 사실이나 김 씨가 사고 직후 집이 아니라 경기도의 한 호텔로 간 점 등 석연치 않은 행적으로 인해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경찰은 전날(16일) 오후 3시간가량 김 씨와 그의 소속사 이광득 대표의 자택 및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또 김 씨가 방문한 유흥주점 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술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 의혹들을 밝히기 위해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음주운전 여부= 김 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주점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김 씨는) 저와 함께 있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들른 것"이라며 "당시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도 경찰 조사에서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 듯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흥주점을 나선 김 씨는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타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왜 대리기사를 불렀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재차 "음주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매니저 거짓 자수, 누가 지시했나= 김 씨는 귀가한 이후 또 다른 술집으로 가기 위해 다른 차를 몰고 나왔다가 오후 11시 40분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냈다. 이때 구호조치 없이 그대로 도주해 경찰은 김 씨에게 사고 후 미조치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사고 직후 약 2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김 씨가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매니저 A 씨가 김 씨와 옷을 바꿔 입고 운전자인 척 경찰서에 자수했다.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10일 오전 1시 59분이었다.
하지만 차량 소유주가 김 씨라는 사실을 안 경찰이 추궁하자 결국 김 씨의 운전 사실이 드러나 범인도피 교사 혐의가 더해졌다. 다만 누가 A 씨에게 김 씨 대신 거짓으로 자백하도록 지시했는지는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경찰은 김 씨가 매니저에게 "대신 경찰에 출석해달라"며 허위 자수를 요청한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뒤늦게 이 대표가 "자신이 매니저에게 부탁한 것"이라며 "김호중의 소속사 대표로서 친척 형으로서 그를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가수 김호중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트롯뮤직어워즈 2024'에서 '10대 가수상'을 수상한 뒤 화려한 축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4.4.1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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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박 메모리 폐기…김호중은 알았을까= 김 씨의 사고 사실을 알게 된 소속사 측에서는 다른 매니저 B 씨를 현장에 보내 김 씨를 경기도 구리의 한 호텔로 옮겼다. 매니저 C 씨는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꺼내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의 해명은 오락가락했다. '원래 블랙박스 메모리가 없었다'는 입장은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제거했다'로 바뀌었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실제로 폐기한 것이 맞는다면 증거 인멸죄에 해당한다. 다만 소속사 해명대로 C 씨가 자체 판단을 한 것인지, 김 씨 또는 이 대표와 공모한 것인지 여부에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왜 경기도까지 갔나= 김 씨가 왜 사고 후 곧장 자택으로 가지 않고 약 11㎞나 떨어진 경기도 호텔까지 갔는지도 의문점이다. 경찰 조사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면 수사를 방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 씨는 경찰에게 수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출석 요구를 받고도 사고가 발생한 지 17시간이 지난 10일 오후 4시 30분이 돼야 경찰서에 나타났다. 음주 측정을 했지만 음주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 경찰은 국과수에 김 씨에 대한 마약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김 씨의 휴대전화 등 자료를 토대로 김 씨와 소속사의 조직적 은폐 시도 여부를 집중 수사할 전망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추가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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