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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중-러 정상, 새 '전략적 파트너십' 어떤 내용 담겼나[딥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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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경제 등 의기투합…"냉전 관점 미국에 심각한 우려"

'라오펑유 푸틴' 칭했지만…한편에선 '전폭 지지 어려워'

뉴스1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베이징의 국가 대극원에서 열린 양국 수교 75주년과 중러 문화의 해 개막 기념 콘서트에 시진핑 국가 주석과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5.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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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베이징=뉴스1) 조소영 기자 정은지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150분간 가진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미국과 그 동맹국을 겨냥해 양국이 안보, 경제 등 사실상 전(全) 분야에 걸쳐 의기투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유럽으로부터 군사,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두 나라가 전통적 양국 우호관계를 보다 돈독히 함으로써 이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읽힌다.

양 정상은 이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기로 합의하고 특히 미국의 움직임에 있어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발표된 '신시대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고, 양국 관계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양국의 내정에 간섭하며,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 기술 또는 외교 정책 잠재력을 제한하려는 모든 시도에 저항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에 있어서는 대만, 러시아에 있어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주도의 간섭이 일축돼야 하고, 관련 경제제재 또한 해소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됐다. 양국은 이에 대해 서로 힘을 실어주는 내용 또한 성명에 포함했다.

러시아는 대만이 중국에 '필수적 부분'임을 인정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해줬다. 이는 오는 20일 취임하는 대만 독립·친미(親美)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을 겨냥한 압박으로도 읽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객관적이고 편견 없는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국은 안보와 안정, 국가 발전과 번영,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한 러시아 측의 노력을 지지하며, 러시아의 내정에 대한 외부 간섭에 반대한다"고 명시됐다.

양 정상은 미국에 대해 "전략적 균형을 위반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도 밝혔다.

여기에는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전 세계와 우주에 배치 △잠재적 참수 공격을 위한 고정밀 비핵무기 개발 △오커스(AUKUS) 등 호주를 포함한 동맹국과의 확장 억제(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막는 것) 등이 꼽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국제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도 담겼다. 양 정상은 "미국은 여전히 냉전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블록 대결 논리에 따라 '좁은 집단'의 안보를 역내 안보와 안정보다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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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앞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4.05.16 ⓒ AFP=뉴스1 ⓒ News1 김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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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이들은 북한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행하는 군사적 영역에서의 위협 행위에 반대하며, 이는 북한과의 추가적 대결을 촉발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양국은 지방·국경 협력을 지원함으로써 지방 간 포괄적 교류를 확대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는데, 여기에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투자 협력 강화 내용이 담긴 만큼 중국, 러시아, 북한 간 협의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양 정상은 북한과 중국 선박이 두만강 하류를 거쳐 출항하는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한다고도 밝혔다. 두만강은 북·중·러 3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만약 중국 선박이 이 강을 통해 동해로 향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경계 지역을 거쳐야만 한다.

아울러 일본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핵 오염수 방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적시됐다.

이외에 양측은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 군사훈련 규모를 확대하는 등 군사적 협력을 심화시키는 내용도 담았다. "핵전쟁에는 승자가 있을 수 없으며 결코 싸워서는 안 된다"는 합의도 이뤄졌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농업부터 기술, 에너지(석유·천연가스·액화천연가스(LNG) 등) 분야는 물론 원자력 분야까지 보다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 있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연료 및 에너지 복합체의 가치 사슬을 강화한다"며 "에너지 자원의 원활한 운송을 위한 여건을 조성한다"고 명시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로 중국에 생필품, 군수품 등을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액은 2021년 1450억 달러에서 240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칭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웃, 좋은 친구, 좋은 파트너'로서의 입장을 재확인해줬다.

시 주석은 "중-러 관계는 국제 역동성의 폭풍과 변화를 견뎌냈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전례 없는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이 러시아를 이전처럼 전폭 지지하기에는 상황적 어려움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무제한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현재 중국 입장에서는 '러-우 전쟁'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제재 위협 등을 피하는 게 급선무다. 미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산 제품들에 대한 대대적 관세 부과 조치도 취하고 있다.

더구나 시 주석은 최근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를 방문하는 등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유럽 상황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러-우 전쟁'의 지속은 시 주석에게 부담이라는 평가다. 유럽국가들은 중국이 '러-우 전쟁의 종식'을 위해 러시아를 설득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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