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매주 금요일, 한 주 동안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 이슈를 파헤치는 '사건의 해부' 시간입니다. 사회부 사건데스크, 최석호 차장 나왔습니다. 최 차장, 오늘 주제는 뭡니까?
[기자]
해외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남성, 그런데 용의자는 '살인죄'가 아니다... 왜? 입니다.
[앵커]
태국 파타야 살인사건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1일, 태국 파타야의 한 호수에서 30대 한국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살해 후 유기된 것으로 보이는데, 신원 확인에 사용되는 신체 일부는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살해한 용의자가 20대 한국인 3명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수사결과를 보면, 용의자들은 관광차 태국에 입국한 남성을 대상으로 3일부터 4일 사이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앵커]
용의자 가운데 2명은 검거가 됐잖아요. 어디서 붙잡혔습니까?
[기자]
용의자 한명은 지난 12일 자신의 거주지인 전북 정읍에서, 또다른 한명은 1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붙잡혔습니다. 범행 후 한국에 들어왔다가 붙잡힌 24살 이모 씨 얘기부터 해 보면요, 일단 그제 구속이 됐습니다. 구속영장 심사를 받으러 나온 이씨,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모 씨 / 파타야 한국인 살해 사건 피의자 (그제)
"(혐의 인정 안 합니까?) 안 해요. (뭐라고요?) 제가 죽인 거 아니예요. (본인이 죽인 거 아닙니까?) 아니예요. (본인 뭐했습니까?) 저 아무것도 몰랐어요. (뭐라고요?) 아무것도 몰랐어요."
살인에 대해선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겁니다.
[앵커]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 것도 몰랐다고 하네요. 이 사람 혐의가 살인 아닙니까?
[기자]
아닙니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이 씨의 혐의는 살인이 아니라 살인방조입니다. 말 그대로, 실제 살해한 게 아니라 숨진 남성이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방조했다는 겁니다. 경찰은 당초 이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지만, 영장을 신청하면서 혐의를 변경했습니다. 이 사건, 해외에서 일어났습니다. 용의자 한명은 아직 잡히지도 않았고,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남성도 국내 송환이 불분명합니다. 현재로선 수사기관이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가 이씨가 혐의를 강력부인하면서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범들 진술 등에 따라선 혐의가 또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검거되지 않은 공범 소재는 여전히 파악이 안 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아직입니다. 다만 경찰은 공범 한명이 범행 후 캄보디아로 도주했다가 붙잡힌 것처럼, 검거되지 않은 나머지 한명도 이미 태국을 나와서 주변국에 숨어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공범 3명은 범행 후에 따로따로 태국을 빠져나왔습니다. 오랜 기간 인터폴 업무를 담당해 온 경찰은 이들의 도주 동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전재홍 / 서울 서초경찰서 경무과장 (전 경찰청 인터폴 계장)
"돈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피해자 사망을 예측하지 않았던 것 같고. 피해자가 사망하고 사건이 커지니까 자기네들도 도주에 대비를 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해외에선) 지리가 익숙치 않기 때문에 같이 도망가는 경우가 많은데, 따로 도망갔다면 그쪽에 대한 지리감이나 익숙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 경찰은 태국과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에 파견된 경찰주재관들을 통해서 잡히지 않은 공범의 소재를 파악 중입니다.
[앵커]
좀 전에 '돈이 목적'이라는 얘기가 나왔어요. 범행 동기가 드러난 겁니까?
[기자]
정확히 드러난 건 없습니다. 하지만, 돈 때문이라고 추정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해자 어머니에게 걸려 온 전화 한통 때문입니다. 남성이 숨진 뒤 사나흘 지난 이번달 7일, 피해자의 어머니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으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습니다. 아들이 마약을 물 속에 버려서 피해를 입었다면서 다음날 오전까지 태국돈 300만 바트, 한화로 1억 1000만 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아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겁니다. 피해자 어머니의 신고로 사건이 알려지게 됐고, 경찰과 외교부는 태국 경찰과 공조수사를 벌인 끝에 나흘 뒤 호수에 유기된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찰은 돈을 노린 범행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 일단은 용의자들을 모두 잡고, 이들의 진술을 맞춰 봐야 정확한 범행방법과 동기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태국 현지언론에선 용의자들의 신상까지 공개가 됐고, 범행 때 수면제까지 먹였다는 얘기까지 있던데... 수사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겠네요. 최석호 차장, 잘 들었습니다.
최석호 기자(bully21@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