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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꽃보다 남자’ 촬영지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 선거제 개편에 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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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령 남태평양 섬나라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서 폭동이 일어나 최소 4명이 사망하자 프랑스 정부가 15일(현지시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 정부의 선거제 개편에 의해 촉발된 이번 사태는 오랫동안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벌어진 유혈 사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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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부터 분리 독립을 원하는 카나크사회주의민족해방전선(FLNKS) 깃발을 든 한 남성(가운데)이 14일 누벨칼레도니 수도 누메아에서불타버린 차 옆을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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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누벨칼레도니에 비상사태 선포



로이터통신·CNN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날 오후 내각 회의에서 최소 12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했다. 비상 사태는 누벨칼레도니 현지 시간으로 16일 새벽 5시 발효됐다. 프랑스가 본토 밖 프랑스령에 대한 비상사태를 마지막으로 선포했던 것은 1985년이다. 비상사태 기간에는 집회와 이동이 제한되고 가택 연금, 수색에 대한 당국의 권한이 확대된다. 또한 항구와 공항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군이 투입될 계획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노르망디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긴급 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유혈사태가 확산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대화를 촉구했다. 위기대책본부를 이끄는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어떤 폭력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상사태를 통해 질서 회복을 위한 대규모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경찰과 헌병 등 약 1800명을 동원했고, 500명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3일 밤부터 누벨칼레도니에서는 헌법 선거 조항 개정과 관련해 유혈 소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상점 약탈과 학교를 포함한 공공건물에 대한 방화와 훼손이 잇따르고,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프랑스 헌병 1명과 원주민 카나크족 3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숨진 헌병은 24세로, 주민과 대화하기 위해 헬멧을 벗었다가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누메아에 거주하는 요안 플뢰로는 로이터에 "낮에는 폭도들이 총을 들고 다닌다. 가족들이 무서워해 집에 머물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 이후에 이 나라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원주민 "선거제 개편, 통치 강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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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칼레도니 사람들이 15일 수도 누메아에서 열려 있는 약국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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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프랑스가 누벨칼레도니에서 지방선거 유권자 확대 방안을 추진하면서 촉발했다. 지난 1998년에 프랑스와 누벨칼레도니가 체결한 누메아 협정에 따르면 지방선거 투표는 1998년 이전에 누벨칼레도니에서 거주했던 사람과 자녀에게만 허용됐다. 이는 소수민족이 된 원주민 카나크족에게 더 많은 대표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최근 이 합의를 비민주적이라고 여기고, 누벨칼레도니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도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의 유권자가 추가될 예정이다. 카나크족은 이 같은 선거제 개편을 프랑스가 누벨칼레도니에 대한 통치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원주민 입지를 좁히고 친(親)프랑스 정치인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약 27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누벨칼레도니에선 프랑스로부터 분리 독립을 두고 사회 갈등이 심했다. 특히 전체 인구의 40%에 달하는 카나크족이 독립을 거듭 요구해 2018년, 2020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분리 독립을 위한 국민 투표가 진행됐지만 최종적으로 잔류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분리 독립 단체들이 투표 결과에 불복하고 있어 프랑스의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佛, 태평양 영향력 위한 전략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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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 누벨칼레도니 수도 누메아의 해변에서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상어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해상 그물 장벽으로 보호되는 수영 구역의 경계를 빨간색과 노란색의 깃발로 구분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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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남태평양에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발판으로 누벨칼레도니를 활용해왔다. 특히 서방과 중국의 각축장이 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누벨칼레도니는 프랑스의 중요한 안보 전략 거점으로 꼽힌다. 누벨칼레도니는 지난해 세계 4위의 니켈 생산국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은 수익성이 높은 광물이다.

다만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하고 막대한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인도네시아산 니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누벨칼레도니의 니켈 산업은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5명 중 1명꼴로 빈곤선 아래에 놓여있다.

누벨칼레도니는 아름다운 풍광 덕에 '지상 낙원'이라 불린다. 국내에서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지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1853년 프랑스령이 되었는데 수십 년 동안 교도소 식민지였다. 2차 대전 후 프랑스의 해외 영토가 되었으며 1957년 카나크 원주민 전원에게 프랑스 시민권이 부여됐다. 대부분 분야에서 자치를 보장받고 있지만 국방, 외교, 교육 분야 등은 프랑스가 통제한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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