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 쪽 영접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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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5기’ 9일 만인 1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국 간 경제·에너지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러시아 타스 통신 등 보도를 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현지시각) 전용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수교 75주년 기념공연을 함께 관람한다. 이후 공원을 산책하며 약 45분간 비공식 대화를 나눈 뒤 양국 대표단이 참여하는 비공식 만찬을 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이틀째인 17일에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방문한다.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지난 7일 5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열흘 만이다. 앞서 시 주석도 지난해 3월 ‘3연임’을 완성한 직후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10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대외정책인 ‘일대일로 국제 행사’를 계기로 베이징을 방문해 양국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두 정상이 2013년부터 40여 차례 만났다고 전했다.
이번 중·러 정상 만남의 핵심 주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 외교 담당 보좌관은 지난 15일 “양국 외교 협력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첫날인 16일 늦은 시각 열리는 비공식 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우크라이나 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유럽의 러시아 옥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양국 무역액이 2021년 1468억달러에서 지난해 2401억달러로 급증했고, 양국 교역에서 상대국의 화폐를 사용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 규모를 가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원유·가스 등을 구매하고, 소비재·공산품 등을 수출하는 등 서방의 제재로 곤경에 처한 러시아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더욱 긴밀하고 강력한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보도된 신화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재 러·중 관계는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려운 국제 정세 속에서도 양국 관계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며 중국과 향후 첨단기술 및 우주, 원자력, 인공지능 등 영역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이에 얼마나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면서 러시아의 손을 굳게 잡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 중립을 선언하는 등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는 국제 여론과 독일·프랑스 등 유럽과의 관계 등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에 대해 러시아와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하는 서방의 압박과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중국이 군사 용도로 전환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을 러시아에 지원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제재 등 대대적인 압박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와 연관된 중국 은행들을 글로벌 금융 체계에서 빼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시 주석과 만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대러시아 지원을 비판했다.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의 아르템 루킨 부교수는 “이중용도 물품을 억제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시험하는 것”이라며 푸틴의 이번 방중에서 중·러 관계의 새로 방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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