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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중국에 안긴 전기차·배터리·반도체 관세 폭탄...韓 기업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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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철강 등 미래 첨단산업 제품과 주요 광물에 대한 관세를 최대 4배 올리기로 하면서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중국 업체들의 북미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초기에 진입을 막는 선제적인 조치로 국내 기업들에는 숨통이 트일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유럽, 동남아 등으로 우회 수출 공세를 이어갈 수 있어 이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해서도 관세를 7.5%에서 25%로, 중국산 반도체와 태양전지 관세는 25%에서 5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올 1분기 중국 자동차 제조사 지리 1곳만이 미국에 전기차를 수출했고 시장 점유율도 1% 미만에 그친다. 중국 전기차업체의 미국 비중은 미미하지만 중국산 전기차 유입을 초기부터 막겠다는 의도라는 점에서 국내 완성차업계에는 숨통이 트이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는 4분기부터 현대차 조지아 공장이 가동되면 IRA에서 규정한 대당 7500달러 수준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돼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친환경차 시장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전기차 판매가 뒷걸음질 친 유럽과 달리 올 1분기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가까이 늘었다. 포드와 GM 등 주요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생산 대수를 낮추거나 신형 전기차 생산을 연기한 가운데 중국산 저가 차량의 북미 진입이 막히며 현대차그룹은 품질 중심의 전략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국내 배터리업계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중국 전기차에 납품하는 배터리 규모는 미미하다. 국내 배터리 3사 제품은 IRA가 요하는 북미 생산 요건을 충족하며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43종 중 31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3사는 북미에서만 600GWh 이상의 생산라인 구축도 앞두고 있어 이번 관세보다 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를 챙기는 데 더욱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전자업계는 첨단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 관세 인상에 따른 피해가 작을 것으로 봤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이탈하며 저가 범용 반도체 투자에만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는 중국과 기술 격차가 5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미국이 대중 제재를 강화하며 고관세 정책을 펼치는 것과 무관하게 쿼터 제한으로 협의했기 때문에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산 철강재는 미국 수입 철강 중 2%에 그친다.

다만 북미 시장에서 발목이 잡힌 중국이 한국 기업들이 공략하는 유럽과 동남아, 중동 등을 대상으로 물량 밀어내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전기차의 주요 수출 국가는 벨기에와 영국,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이 많았고 말레이시아, 태국, 중동 등에 대한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완성차업체의 태국시장 점유율은 76%로 1위를 차지했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각각 44%, 42% 점유율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태국 시장 내 중국 전기차의 평균 단가는 2021년 7만2400달러에서 지난해 3만7900달러로 하락하면서 현대차그룹과 테슬라를 제치고 베스트모델 1~4위를 싹쓸이했다. 유럽도 보조금 규제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우링자동차는 올 1분기 유럽에서 오히려 판매량이 29% 늘었다. 보조금을 제외받은 독일에서는 매출이 40% 성장했다.

국내 철강업계도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873만톤(t)으로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최근 해외 저가 철강재의 대거 유입으로 조선사와 후판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는 국내 철강사들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장기적으로 중국이 전장부품 등 보복성 수출 규제를 펼칠 것을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며 "2년 내에 미국에서 규제될 흑연 공급망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양국 논리에 우리가 편승할 필요는 없지만 미·중 갈등 장기화를 경계해 정부도 사전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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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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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이성진·권가림·김정훈 기자 hidde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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