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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개인정보위 “日 협조 요청에 답 안 해…‘데이터주권’ 유연히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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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정부 출범 2주년 개인정보 정책 성과 발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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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이른바 ‘라인사태’와 관련 일본 정부의 협조 요청과 관련 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아직 답을 안 하고 있는 상태”라며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는 다른 부처와 조율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본의 협조 요청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흔히 있는 경우라면 간단히 답을 할 수 있을 텐데 최근 국가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우리나라 개인정보위 실무자에게 이메일로 라인야후 관련 협조를 문의했다. 네이버클라우드를 한국 개인정보위가 조사한 적 있는지, 일본 개인정보위가 협조를 요청하면 한국 개인정보위에서 받아들이겠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라인에서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된 데에 따른 것이다.

라인은 일본 1위 모바일 메신저로 국내 기업 네이버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각각 개발권·경영권을 행사 중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라인 보안 관련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경영체제 개선을 포함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라인을 자국 기업화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향후 일본 개인정보위 회신 방향에 대한 질문에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답을 아예 안 할 수도 있고, 굉장히 세세하게 할 수도 있다. 애매하게 답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측에서 공식 서한을 보낸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여러 가능성을 두고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라인사태를 비롯해 국가간 데이터주권이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고 위원장은 “최근 데이터 영역에서도 일종의 국가주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과도기가 아닌가 싶다”며 “국제적 합의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시기다. 주요 국가마다 다른 정책에 어떤 식으로 맞춰갈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인정보위의 지난 2년간 정책성과도 함께 발표됐다.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전면 개정을 통한 디지털전환 기반 마련이다. 그동안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개인정보처리 기준을 일원화하고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했다.

급속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국민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됐다. 글로벌 빅테크 구글과 메타 등에 개인정보 불법 수집·이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00억원을 부과했다. 이를 비롯해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609개 기관을 조사·처분했다. △공공기관 개인정보 관리 수준 제고 △전문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지정 제도 도입 △디지털 잊힐권리 사업 확대 등도 성과로 언급됐다.

인공지능(AI) 시대 원칙 중심의 개인정보 활용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비정형데이터와 SNS 등에 공개된 정보의 활용 기준을 마련하고 ‘사전적정성 검토제’를 운영하는 등 AI 관련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오는 2025년 본격 시행을 앞둔 국가마이데이터 제도와 관련해 혁신 전략도 수립했다.

국제 협력도 활성화 중이다. UN AI 고위급 자문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2025년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 유치에도 성공했다. 해외사업자의 개인정보 보호법 적용 안내서도 발간하는 등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 준수를 요청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가 AI 등 신기술·신산업의 혁신성장을 견인하도록 하겠다”며 “AI 등 신기술이 이용자의 신뢰를 얻고 데이터 혁신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유연한 개인정보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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