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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또다시 희망고문으로 끝난 사전청약…10년 전 실패 답습하고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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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분양주택 뉴홈 사전청약 접수가 시작된 지난해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고양사업본부 홍보관 내부 모습

사전청약은 이명박(MB) 정부 때인 2009년 도입됐다가 입주 지연 문제를 드러낸 채 2년 만에 폐기된 제도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속도전을 펴는 과정에서 2021년 7월 사전청약을 재도입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본청약이 1년 정도 지연되는 것은 다반사였고, 2∼3년 늦어지는 단지도 속출했습니다.

10년 전과 똑같은 부작용입니다.

이를 이어받은 윤석열 정부는 오늘(14일) 사전청약 폐지를 발표했지만, 1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공공분양주택 '뉴홈' 분양에 사전청약을 활용한 뒤였습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 5개월간 이어진 사전청약은 2009∼2010년 '사전예약'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2009년 11월 첫 사전예약을 받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4곳(강남 세곡·서초 우면·고양 원흥·하남 미사)은 그런대로 본청약 일정을 맞췄지만, 이듬해 2차 지구부터 사업 차질을 빚었습니다.

서울 항동, 하남 감일, 구리 갈매 등 대부분 사업지에서 보상 지연, 문화재 발굴, 지역주민 민원 제기 등의 문제로 본청약이 미뤄졌습니다.

집값 급등기에 재도입된 사전청약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추정 분양가가 저렴한 데다, 대부분이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입지여서 청약 대기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3기 신도시는 토지 보상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사전청약을 실시했는데, 당시 국토교통부는 "문화재 발굴 등 사업 지연 우려가 있는 곳은 제외했기에 사전청약 1∼2년 후엔 본청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2021년 7월 1차 사전청약 지구부터 대거 본청약 일정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성남복정1 정도만 본청약이 2개월 늦어지며 시간을 대략 맞췄을 뿐입니다.

위례 A2-7 신혼희망타운은 2022년 9월 본청약을 약속했으나 실제론 1년 4개월 늦은 올해 1월에야 본청약이 진행됐습니다.

남양주진접2 본청약은 2년, 의왕청계2는 1년가량 늦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1년 10월 2차 사전청약 지구에서는 본청약이 3년 이상 늦어지게 된 단지(성남복정2, 군포대야미)도 나왔습니다.

앞서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는 지역본부가 사업을 관리할 뿐 본사 차원의 유기적 사업관리가 없었고, 국토부와 LH 간 협의 체계도 부재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당첨자들의 이탈이 속출한 것 역시 10여 년 전과 같습니다.

2009∼2010년 사전예약 당첨자(LH 공급분)의 본청약 계약률은 41%, 지금은 54%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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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차 사전청약의 공공분양 일반공급 신청이 시작된 지난 2021년 12월, 하남 교산 지구 일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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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청약 일정이 밀리는 것은 사전청약 당첨자 입장에선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전세대출을 받았던 이들은 추가 대출 이자를 감당해야 하고, 전월세 계약 시기를 맞춰놓은 경우 추가 계약을 하는 등 주거 계획이 틀어집니다.

10여 년 전 사전예약 때와 달리 이번엔 분양가 상승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사전예약 분양가가 사실상 확정 가격이었습니다.

평균 추정 분양가를 제시한 뒤 본청약 때 동·호수별로 구체화하도록 했습니다.

본청약이 늦어지며 이탈자가 생겼지만, 사전예약 때 분양가가 그대로 유지되며 일반 본청약 가격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2010년 11월 하남감일 전용면적 74㎡의 사전예약 추정 분양가는 3억 2천80만 원이었는데, 8년 뒤인 2019년 1월 실시된 본청약에선 사전예약 당첨자의 분양가는 그대로고, 일반 분양가는 60% 비싼 4억 8천500만 원이었습니다.

당시 '이중가격'으로 시장이 혼선을 겪고 LH는 손실을 본 일을 교훈 삼아 문재인 정부는 사전청약 때 추정 분양가를 안내한 뒤 본청약 때 다시 분양가를 확정하는 것으로 수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며 오른 분양가는 사전청약 당첨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됐습니다.

본청약 시점이 1년 4개월 밀린 위례 A2-7 전용면적 55㎡ 추정 분양가는 5억 5천576만 원이었으나, 본청약 확정 분양가가 5억 8천887만∼6억 2천187만 원으로 최대 6천611만 원(11.9%) 상승했습니다.

본청약이 1년 늦어진 성남신촌 A2 59㎡ 추정 분양가는 6억 8천268만 원이었는데, 확정 분양가는 6억 9천110만∼7억 8천870만 원으로 최대 1억 602만 원(15.5%) 올랐습니다.

본청약이 1년 4개월 늦어진 파주운정3 A22 역시 전용면적 74㎡ 추정 분양가가 3억 8천74만 원인데, 본청약 확정 분양가는 3억 9천182만∼4억 2천60만 원으로 최대 3천986만 원(10.5%) 올랐습니다.

이 문제는 '뉴홈' 공공분양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자재비, 인건비 등 공사비가 가파르게 올랐고, 정부도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공공 부문 공사비를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분양가 인상 폭은 앞선 사례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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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월 3기 신도시 대상 사전청약 접수처를 찾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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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도 사전청약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정부가 2022년 12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택지의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하면서 민간 사전청약은 사실상 먼저 사라졌습니다.

건설사에 공공택지를 분양할 때 사전청약 의무를 뒀는데 이를 없애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공공분양주택 '뉴홈'의 지난해 사전청약 물량은 기존에 발표했던 7만 가구에서 1만 가구로 확대하고, 사전청약 횟수도 연간 2회에서 3회로 늘렸습니다.

올해는 '뉴홈' 1만 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세 차례 사전청약으로 '뉴홈' 1만 가구가 공급됐고, 매번 경쟁률이 치열했습니다.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 사전청약 일반공급 경쟁률은 645대 1로 역대 공공분양 경쟁률 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수방사 부지에서는 오염토가 나왔지만, 올해 9월 본청약을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오염토가 부지 일부에서 발견돼 정화작업과 착공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입니다.

다만 입주 일정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정부가 뉴홈 사업 일정 관리를 철저하게 할 계획이지만, 본청약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기에 (사전청약 폐지를) 판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토부는 사전청약 폐지와 관계없이 올해 공공분양주택 14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예정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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