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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다시 주목되는 오커스, 한국의 고민은? [fn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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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오커스 '필러 1'에서 '필러 2'로 진화 중...일본 참여 가능성 공식화 -인-태 지역서 GPS 외교 펼치는 한국, 다다익선 참여도 지양해야 -미 대선 변수 고려...필러 2는 군사기술 협력체, 엄밀히 구분해야 -오커스 성격 규정·여건조성 없는 참여는 트레이드오프 직면 우려 -한국, 오커스 참여 윈윈 효과 도출.. K-방산 본격화 모멘텀도 고려 -GPS 외교·대전략 융합 검토 과정 필요, 정책적 완성도 제고해야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성찰로 다시는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인류는 뭉쳤다. 재발 방지를 위해 인류는 사실상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을 구성원으로 한 유엔(UN)이라는 플랫폼을 설계했고, 이것이 집단안보의 시작이었다. 하나의 국가가 국제규칙을 위반할 경우 유엔 구성원이 전체적으로 힘을 합쳐 그 위반자를 처벌하는 집단안보는 그야말로 ‘최대 다자주의’ 가동의 진수였다. 소련 붕괴로 블록(Bloc) 대결이 종식된 탈냉전기를 거치며 이러한 최대 다자주의는 세계화 담론으로 선순환되었다. 하지만 대세로 여겨졌던 세계화의 문은 닫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신냉전의 도래로 세계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아싸(아웃사이더)’의 용어로 전락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속에서 ‘최소 다자주의’가 ‘최대 다자주의’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야말로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가 각광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자가 모여 국제적 도전을 논의하고 전쟁을 막는 기제를 가동시키던 ‘최대 다자주의’는 신냉전 구도에서는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소수의 국가만이라도 모여서 문제 해결에 나서자는 동기가 부상한 결과다. 오커스(AUKUS)도 이러한 국제적 환경 속에서 탄생하면서 대표적인 소다자주의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커스는 2020년 호주가 주도적으로 설계하여 추진된 미국, 영국, 호주 간 군사·안보 협력 구상으로 2021년 9월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필러(Pillar) 1은 호주의 원자력추진잠수함 획득에 주안을 둔 플랫폼이고, 필러(Pillar) 2는 인공지능, 극초음속 기술 등 첨단기술 협력을 도모하는 플랫폼이다.

최근 오커스가 확장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선 일본이 오커스 필러(Pillar) 2 참여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한국도 호주와의 ‘2+2’ 회담을 계기로 오커스 참여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미성숙된 정책화보다는 진지한 고민을 통해 완성도 높은 정책화를 추진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한국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GPS) 외교와 인도-태평양전략 시행을 통해 외교적 지대를 대폭 확장해 오고 있다. 외교적 지대 확장은 한국의 글로벌 레버리지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다익선(多多益善) 방식=외교력 증가”라는 공식도 위험하다. 국익 기대효과를 진지하게 따지지 않고 어느 플랫폼이라도 다다익선이면 좋다는 식의 1차원 공식을 지양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서 달성할 수 있는 기대효과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커스 참여 여부를 치밀하게 따져보는 ‘숙고의 과정’이 정교화되어야 한다.

검토 프로세스에서 다루어야 할 첫 번째 아이템은 타이밍(Timing)이다. 타이밍은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을 따져보는 노력과 연관된다. 오커스는 미국이 2050년까지 일관성 있게 적극적으로 협력은 해준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따라서 한국이 참여 여부 결정 시기 판단에서 바로 이 ‘가정’의 지속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대선은 이 ‘가정’의 향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타이밍 검토시 미 대선 변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둘째, 한국의 오커스 참여 관련 검토에서 명확한 오커스 성격 규정도 중요하다. 한국의 주도로 탄생한 한미일 안보 아키텍처와 오커스가 다른 점은 대중국견제에 대한 입장이다. 전자는 대중국견제를 소다자 협의체의 목표나 본질로 규정하지 않았지만 후자는 중국몽 달성 목표시기인 2049년경까지 대중국견제 역량을 높인다는 장기 플랜이다. 따라서 대중국견제 없이 오커스는 존재 가치가 없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커스에 대한 명확한 성격 규정이나 여건조성 없이 한국이 참여한다면 일부 얻는 대가로 일부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러 1과 필러 2에 대한 성격을 엄밀히 구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필러 1은 사실상 동맹이지만 필러 2는 동맹이 아닌 군사기술 협력체라는 명확한 구분을 통해 오커스 동참이 대중국견제 편승이라는 오인식(Misperception)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트레이드오프가 ‘윈윈’의 효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셋째, 오커스의 확장성과 잠재력도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우선 앞서 언급한 ‘윈윈’의 노력이 필러 1에 대한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는 장애 요소가 되어서도 안 된다. 필러 1에 공식참여까지는 아니더라도 필러 2 참여후 강화된 협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우수한 조선역량을 내세워 한국도 ‘오커스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에 일부 참여하는 확장성도 충분히 옵션으로 상정하고 있어야 한다. 오커스 참여가 K-방산 본격화의 모멘텀이 될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오커스 참여 여부를 단 하나의 정책적 결정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이상을 목표로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커스를 GPS 외교 및 인도-태평양전략 등 한국의 대전략(Grand strategy)과 융합시켜 검토하는 과정은 ‘필요조건’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은 정책적 완성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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