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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의대증원 2천명, 왜 하필?…자료 보니 '경악' vs '신뢰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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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정심 회의서 '2천명 증원' 나오자, 모 위원 "굉장히 충격"

복지부 장관 "2035년 의료 수급 전망 토대 증원 규모 결정"

의료계 "보정심 회의록? 결론 정해두고 승인만 받는 절차"

정부, "보고서 3건 '이해충돌' 지적에, '모두 복지부 발주 아냐'"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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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의 근거 자료를 법원에 제출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근거가 부족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2천명 증원'이 언급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계 측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전날 오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결정의 근거로 법원에 제출한 보정심 회의록 등 각종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정책 관련 보도자료 및 언론보도를 포함해 총 55건 자료가 제출됐다. 이중 '2천명 증원'이 언급된 보건복지부 산하 보정심 회의록 및 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을 두고 의정이 대립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한 당일인 2월 6일 회의록을 보면 당시 회의는 위원장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총 25명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다. 이 중 19명의 찬성으로 약 1시간 만에 의대 증원 안건이 의결됐다. 불참한 2명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관계자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안건으로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방안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추진방안 등 3건이 올라왔다. 이 중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안'은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매년 2천명씩 5년간 증원해 1만명의 의사를 늘리자는 내용을 담았다.

'2천명' 나오자 위원內 "굉장히 충격", "3천명은 해야"

노컷뉴스

대학병원 접수처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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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참여 위원 일부는 '2천명 증원'에 강하게 반발했다. 위원들은 "굉장히 충격", "지금 이렇게 대규모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폐교된 서남 의대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증원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2천명이라는 규모가 과하다는 위원도 있었다. 이들은 "제가 생각하던 규모는 약 500명에서 1천 명 사이가 맥시멈(maximum·최대)", "예과부터 문제없을 거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준비가) 가능하지 않다" 등의 우려를 보였다.

2천명이란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이 '졸속'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위원은 "2천 명이 그냥 상징적으로 많이 늘린다는 의미에서 나왔는지(여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 있는 어떤 전문위원회, 토론회 같은 것들을 주최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장관이) 토론만 이끄신다는 점은 사실 보정심이 무의미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어차피 회의 후 증원규모를 '2천'으로 발표할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의대 증원을 지지해 온 시민단체 몫의 위원은 2천명을 넘어 '3천명 증원'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 위원은 "2천명도 적다, 최소 3천명은 증원해야 한다"며 "정부가 조금 더 숫자를 확실하게 연구하셔서 점차 3천명 증원이 되도록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2천명이 어디서 나온 숫자냐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다"며 "정부는 2035년 의료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이번에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며 직접 증원 규모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1만5천명의 수요 가운데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를 확충하고자 의대 정원을 2천명 증원한 것"이라며 "내년에 2천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부터 배출돼 2035년까지 5년간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정심 회의록 놓고도…"거수기일 뿐" vs "증원 자체엔 다 찬성"


보정심 회의록이 공개되자 의료계는 "2천명 증원의 근거가 없다",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심의했다"며 부딪혔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전날 대한의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실제 자료 검증을 하면서, 저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2천명 증원'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2천명을 증원한 근거는 없었고, 2월 6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며 시급히 진행한 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보정심이 '거수기'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미 정부가 2천명 증원이라는 결론을 정해두고 승인만 받기 위해 거치는 절차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2천명 증원을 결정하는 과정도 적절했다고 반박했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은 다양한 논의를 거쳐 보정심 심의로 확정한 것"이라며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한 총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한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이었지, 증원 자체엔 찬성이었다"고 했다.

보고서 '이해충돌 가능성'? "다 정부가 발주한 것 아냐"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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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보정심 회의록뿐 아니라 제출한 자료 자체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수천 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가 다였다"고 했다.

의료계가 언급한 보고서는 앞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결정할 때 근거로 삼았다고 전해진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 변화의 의료 부문 파급효과 전망(한국개발연구원)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등이다.

김종일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은 이 보고서들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일 회장은 "이들 보고서는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고 진행됐다"며 "어떤 학회의 학술적인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일단 이해충돌이 있으면 우선 그걸 감안하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보고서의 신뢰성이 높다고 봤다'며 맞섰다. 정부 관계자는 "2천명 증원 주요 근거로 정부가 얘기했던 3편의 수급 추계 보고서가 모두 복지부가 발주한 것은 아니다"며 "1건은 복지부가, 1건은 병원협회, 1건은 또 다른 정부기관이 발주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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