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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종합] 세월호 10주기에 찾아온 '목화솜 피는 날', 아프지만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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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멈춰있는 세월을 넘어 다시 피어나자, 우리"

여전히 떠올리면 아프고 슬픈, 세월호 참사가 10주기를 맞이했다.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를 잊지 말고 기억하고자 만들어진 영화다. 기록과 기억을 통해 남겨진 이들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전한다.

13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목화솜 피는 날'(감독 신경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신경수 감독, 배우 박원상, 우미화, 조희봉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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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 피는 날'이 22일 개봉된다. [사진=연분홍치마(연분홍프로덕션), (사)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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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 피는 날'은 10년 전 사고로 죽은 딸과 함께 사라진 기억과 멈춘 세월을 되찾기 위해 나선 가족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다. 영화 제작사 연분홍치마(연분홍프로덕션)와 (사)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함께 기획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장편 극영화다.

박원상, 우미화, 최덕문, 조희봉 등 경력 25년 이상 베테랑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열연과 함께 세월호 참사 가족 극단 '노란리본' 어머니들이 참여해 진정성을 더했다.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소방서 옆 경찰서', '녹두꽃', '육룡이 나르샤' 등을 연출한 신경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연극 '아들에게', '금성여인숙', '말뫼의 눈물' 등 주로 사회 약자를 다룬 작품을 써온 구두리 작가가 각본에 참여했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의 참여와 지지 속에 인터뷰와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치며, 영화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세월호 선체 내부 촬영을 진행했으며, 단원고와 가족들이 있는 안산, 세월호가 처음 발견된 팽목항의 진도, 현재 세월호가 서 있는 목포까지 상징적인 세 곳의 장소가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해 의미를 더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의 시선을 묵직하고 담담하게 담아낸 신경수 감독은 "14년 4월 16일 전 직장인 SBS에서 드라마를 만들고 있었다. 16부작 13회 음악작업을 하기 위해 목동에 가면서 뉴스로 소식을 들었다"라며 "당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방송을 내는 일이라 다음 날까지도 뉴스가 귀에 들어오지 않더라. 그 기억이 아프게 남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세월호 이야기로 드라마를 해야지 생각하던 계기가 됐고, 재작년에 저에게 영화 제안이 왔다"라며 "고민하던 차에 선체 내부를 촬영할 수 있다는 얘기에 '반드시 해야겠다,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연출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노란리본' 어머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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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수 감독, 배우 박원상, 우미화, 조희봉이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언론시사회에서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조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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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대본 작업부터 쉽지 않았다. 세월호에 대해 "이제 지겹다", "그만 얘기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거다"라며 "그래서 가장 중요하고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건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아픔과 슬픔에 앞서서 우리가 슬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만 가져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물을 표현하고 사건을 다룰 때 거리를 두려고 했다"라고 연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또 그는 "이야기가 슬프고 아파서 그러기 어려운데 거리를 확보하면서 최대한 담담하게 담아내야 10년의 세월을 감히 얘기하고, 객관적으로 전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그래야 세월호에 아파하는 사람도, 지겨워하는 사람도 함께 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딸을 떠나보낸 후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 병호를 연기한 박원상은 "20140416은 학번, 군번처럼 각인이 된 숫자"라며 "직업이 배우라 작품을 만나 작업하는 과정은 다르지 않았다. 대본이 왔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 인연을 밀어낼 이유도 없었고 10년이 지나 나에게 이런 인연이 왔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진취적인 신경수 감독님과 작년 목포, 진도, 안산을 왔다갔다 하면서 가열차게 촬영했다"라고 전한 그는 세월호 선체 촬영에 대해 "작업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은 8회차였고 그 안에 끝내야 했다"라며 "유가족들로부터 세월호가 꼼꼼하고 세세하게 기록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는 걸 전해 들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평소 능력이 좋은 배우가 아닌데 이번 작업을 할 때는 기존보다 조금 더 집중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에필로그에서 학생들에게 선체를 설명하는 장면은 실제 동수 아버님이 단체가 오면 설명하는 모습을 그대로 흉내낸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록되고 기억되는 건 영화의 여러 장점 중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영화가 마중물이 되어서 세월이 더 흘러도 또 다른 시선으로 2014년 4월 16일에 있었던 일이 기록되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번 영화로 박원상과 처음 작업을 하게 된 신경수 감독은 "감정신이 많아서 어떻게 하나 고민이 많았다. 제가 쓸데없이 부지런한 사람이라 현장에 빨리 간다. 저보다 박원상 배우가 빨리 온다. 항상 그러신다"라며 "현장 둘러보고 동선을 체크한다.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거다. 카메라가 돌기 전 '될 거 같은데? 저만 저 연기를 잘 담으면 좋을 것 같다'는 믿음과 신뢰가 첫 촬영부터 생겼다"라고 박원상에 대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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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원상, 우미화가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언론시사회에서 답을 하고 있다. [사진=조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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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호의 아내 수현을 연기한 우미화는 "세월호 참사 당시 연극 연습을 하면서 접했고, 작년에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결정에 있어서는 망설임이 없었다"라며 "다만 작품에 어떻게 접근할지가 어려웠다. 대본이 투박하지만 솔직하고 담백하다. 10년을 다 담을 수 없지만 유가족, 활동가, 시민들이 같이 해온 시간이 다 녹여져 있다고 생각했다. 망설임 없이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리딩하고 준비하면서 많이 울었다. 한 개인으로서 우미화가 바라보는 눈물을 경계하기 위해 영화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다"라며 "수현은 기억을 애써 외면하다가 삶의 희망을 잃었다. 무기력하고 행동하지 못하고 건조해진 상태다. 그런 수현을 연기하기 위해선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제가 그 분들의 슬픔, 분노를 다 어떻게 표현하겠나. 그래서 제가 가장 크게 잡았던 키워드다"라고 고백했다.

신경수 감독과의 깊은 인연으로 영화에 함께 하게 된 조희봉은 "감독님이 제안을 해주셨을 때 기쁘게 출연하겠다고 했다. 저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헬스클럽에서 뛰고 있었다. 10년 동안 세상이 출렁이는대로 살아왔던 것 같다"라며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제 자신이 응어리처럼 있었는데, 그동안 하지 못한 애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쁘게 참여했다"라고 밝힌 후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우미화는 "아프고 슬픈 이야기인 건 맞다.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손 내밀고 손 잡아준다. 널리 널리 알려달라", 신경수 감독은 "에필로그를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굴곡이 많고 앞뒤로 왔다갔다 하지만 한발자국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목화솜 피는 날'은 오는 22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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