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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윤석열 김정은, 남북관계 버리면 한계 뚜렷해…돌파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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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재단 (staff@peacefoundation.or.kr)]
푸틴 정권 5기 출범과 북한의 신냉전 외교

5월 7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이어지는 다섯 번째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했으며, 6번째 임기 도전까지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은 대량의 탄약을 공급하며 일관되게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2년 12월 개최된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체제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우방과의 관계 강화 및 반미연대의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에 친서를 보내 "국가와 인민을 위한 그의 책임적인 사업에서 훌륭한 성과가 있기를 축원"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이 5선을 확정한 3월 18일에도 축전을 보낸 바 있다. 당시 축전에서는 "조로(북·러) 친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두 나라 인민의 지향과 염원인 강국건설 위업을 힘있게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양국관계 발전을 예고한 바 있다.

5월 8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의 훌륭하고 매우 유망한 파트너"라며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더욱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늘렸다는 보도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5월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79주년에도 푸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 과거 북한은 러시아 전승절에 70주년, 75주년 등 5주년 단위로 축전을 보냈는데, 러·우전쟁 이후 해마다 축전을 보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잦은 축전은 양국관계 강화 의도와 함께 푸틴 대통령의 방북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다방면 협력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밀착된 관계를 과시해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러·우전쟁 관련 현안들에 대해 건건이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다.

4월 28일 북한 국방성 군사대외사업국장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대지 미사일을 제공한 것을 두고 "판세를 바꿀 수 없는 졸책"이라고 비난했으며, 5월 6일 국제문제평론가 심민이 우크라이나가 영국 지원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의 전문을 보도하기도 했다.

4월 30일에는 유엔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의 임무가 종료되었으며, 이는 러시아가 임기 연장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기권함으로써 러시아를 측면 지원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대북제재위원회의 기능은 존속되지만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전문기구가 러시아의 반대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전문가패널은 임기 종료 직전인 지난 4월 말 우크라이나에 사용된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북한제 화성-11형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5월 2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가 규정한 연간 공급 한도를 넘는 정제유를 올해 들어 이미 북한에 제공했다고 공개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과 탄도 미사일 등을 대량 공급해준 데 대한 반대급부라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지난해 53개였던 북한의 재외공관은 올해 들어와 44개로 줄어든 상태이며 한국과 쿠바의 수교도 북한에는 적지 않은 외교적 충격이다. 김정은 정권은 대북제재와 국제적 고립을 북한식 신냉전외교로 돌파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와의 국교 회복과 주한 니카라과 대사관의 폐쇄이다. 이에 더해 푸틴 대통령의 5기 임기 시작은 북한의 행보에 탄력을 부여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대북제재 국제협력체제의 균열 우려와 아울러 한국 외교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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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아무르 주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만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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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북한 경제의 미래

김정은 정권의 신냉전외교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위기와 식량난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제안하며, "지방의 세기적 낙후성을 털어버리고 지역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에서 실질적인 개변을 가져오게 하는 변혁적 무기"라고 주장했다.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매년 20개 군에 현대화된 공업공장을 10년 동안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목표 완수에 10년간이 소요되는 장기계획이며, 건설 역량의 부족으로 인민군까지 동원되고 있다.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농촌 각지의 살림집 건설까지 감안할 경우 대략 10만여 명의 인민군이 경제 건설에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한·미 프리덤쉴드훈련에 대해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담화를 내고 "인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경제건설에 대규모 군병력이 투입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실"을 인정한 바 있다.

지방의 공장을 완공해도 생산설비는 북한 자체 조달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공장을 건설한 이후 지방이 원료 조달 및 운영을 자체로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북한의 현실상 어려운 일이다. 지방발전 20X10 정책 이전에도 각지의 공장이 있었지만 원자재 수급 문제와 설비 부족으로 생산품의 질이 중국제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실정이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도 불구하고 장마당과 인민경제 전반에는 체감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농장이 추진 중이고 이미 북한 노동자의 투입이 보고되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석유와 밀의 세계적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 북한에게는 당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정제유와 밀가루를 공급하는 정황이 있지만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월 상순 현재 북한의 쌀과 옥수수의 1kg 가격은 각각 7000원대와 3000원대 초반에 형성되고 있다. 2023년 동기의 경우 각각 6000원대, 3000원대 초반이었으며, 2022년 동기의 경우 각각 5000원대 초반과 2000원대 중반이었다.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알곡구조 증산이 최대의 성과라고 했던 언급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도 오름세이며, 장마당의 설탕, 조미료, 식용유 등 필수식품의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군사분야 혹은 김정은 정권 차원의 전략물자에 집중되면서 북한 인민경제 전반에 대한 효과는 아직까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북한 주민 대다수가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장마당 경제의 위축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는 장마당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했으며, 이로 인해 북한 주민의 소득이 급감했다. 최근 국경개방에도 불구하고 무역이 국가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효과가 장마당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능력 고도화 및 국방력 강화와 북한식 신냉전외교를 구사하며 인민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제한된 능력으로 한정된 자원을 군사력과 경제에 균형적으로 분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국방 분야의 성과에 비해 인민경제 분야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이 현재와 같은 정책기조를 유지할 경우 북한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대북 특별선언의 모색과 한국 외교의 공간 확장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전원회의와 금년 1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남북을 전쟁 중 2국관계로 전환하고 통일·민족개념 폐기를 선언했다. 북한 정권 최초의 일이며 남북관계사에서도 전례가 없다. 김정은 정권의 선택은 반통일, 반민족, 그리고 반평화적 인식의 발로라는 점에서 지탄을 받아 마땅하며, 북한 주민의 자발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정황도 찾을 수 없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할 의도를 숨기지 않는 전쟁 중 2국관계 전환은 극히 위험한 발상일 뿐이다.

김정은 정권이 반민족 인식을 교정하지 않을 경우 남북은 모두 분단체제의 감당하기 어려운 고비용구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속히 상황을 반전시켜 적어도 남북이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통일을 강조했지만 김정은 정권을 다시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제안과 돌파구를 담고 있지는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북한 정권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도모하는 한국 정부의 대북적대시 정책"을 이유로 들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담대한 구상을 비롯해 여러 제안을 통해 북한과 협력의사를 밝혀 왔으나 실질적인 내용을 담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은 국제정세와 남북이 유엔 동시가입국이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우에 불과하다.

우리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파격적인 대안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가칭 '대통령 대북 특별선언'을 통해 남북관계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견인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별선언의 내용은 그동안 남북 합의를 바탕으로 평화공존, 통일 공감대, 상호존중, 남북협력 등의 내용과 아울러 특히 북한 내 인도적 위기에 대한 조건없는 협력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특별선언을 계기로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의 진정성을 북한에 전달하고 중국, 러시아 등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와도 협력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 고도화에 대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한·미 간에는 워싱턴선언을 도출해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핵협의그룹(NCG) 창설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큰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미국 대선국면에서 플랜 A만 의존한 윤석열 정부의 선택이 점차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은 부자나라'라며 다시 주한미군 철수와 주한미군 주둔 분담비용 대폭 증액 카드를 꺼내 들었으며, 친 트럼프 인사들은 한국이 북한에 대해 자력으로 방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서도 비핵화 중간단계(interim steps) 설정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으며,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핵을 인정하는 현실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본 기시다 총리는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 사실을 여러 차례 시인했으며 관계개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일관계 개선에 대해 지지의사를 보였으며, 한국 정부도 원칙적 지지 입장을 보였으나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의제화라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북·일관계 개선은 우리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북핵 위기를 완화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에 견인하는 효과도 있지만 북한이 일본을 약한 고리로 활용해 북한 비핵화 협력체제의 균열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든 북·일관계 개선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에 기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일간 긴밀한 사전 교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일본은 북·일관계 개선 과정에서 우리 측과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

한·중·일은 약 4년 만의 정상회의 개최에 공감하고 5월 말 서울 개최를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정부는 그리 길지 않은 외교의 시간을 활용해 북한의 신냉전 외교에 대응하고 플랜A에 의존했던 외교적 경직성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에 이도훈 대사가 참석한 것을 계기로 러시아와도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우전쟁 이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러관계를 조망하는 시각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반민족적 인식을 거두고 시대착오적인 신냉전외교에서 벗어나 진정한 이민위천의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남북이 전쟁관계로 전환하고 통일과 민족을 거부하는 고비용구조를 지속할 경우 북한 정권의 미래는 낙관하기 어렵다. 남북한 모두 지금은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외교의 공간을 활용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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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일에 각각 기념행사에 참석한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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