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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대만 총통취임사 주목…對중국 강공, 현상유지, 화해 중 방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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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유지 가능성 커…라이칭더, 차이잉원 '4개 견지' 바탕에 '4개 기둥' 담을듯

'하나의 중국' 원하는 中, 어떤 입장에도 반발 예상…"온건한 대중 접근" 주문도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의 20일 취임을 앞두고 그의 취임사에 국제사회 눈길이 쏠린다.

차이잉원 총통과 같은 친미·독립 성향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라이 당선인이 지난 1월 13일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중국 당국이 군사·안보·외교·경제·정치 등 전방위로 대만 압박 고삐를 죄는 상황에서 변곡점이 될 수도 있어서다.

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차기 총통
[연합뉴스TV 제공]



대만 문제는 홍콩·마카오와 같은 특별행정구로 통일 대상이라는 중국의 주장과 그에 맞선 대만·미국 간 단순한 갈등·대립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꺾으려는 미국은 견제·압박 그물망인 인도태평양전략 중심축인 대만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2012년부터 5년 주기 권력을 세 번째 거머쥐고 '중국몽' 실현을 빌미 삼아 장기 집권에 나선 시진핑 국가주석도 대만 문제에 사생결단의 태도를 보인다.

개혁개방에 이은 제2 도약을 꿈꾸며 '대국굴기' 기치를 높이 든 중국에, 미국이 첨단기술 제재로 중국의 미래 산업 발전 역량을 차단하려는 상황에서 세계 첨단반도체 산업에서 앞서가는 대만이 미국 등 서방 제재를 피할 '우회로'이자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 정부는 중국에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아 왔다.

중국은 2016년과 2020년에 연이어 집권한 차이 총통의 친미·독립 성향을 문제 삼아 민진당 정부와 당국 간 교류를 단절하는 압박책과 함께 친중 세력인 국민당과 끈끈한 연대로 대만 민심 잡기에 주력하는 당근책을 병행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중국은 라이 당선인 등장 이후엔 이 같은 채찍·당근책을 더 강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을 파트너로 민진당 정부를 더 옥죄는 한편 친중국 여론 확장으로, 늦어도 2028년 총통선거에선 국민당으로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어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라이칭더 정권 향후 4년 국정 기조가 담긴 취임사 방향과 내용에 대만 안팎의 관심이 지대하다.

대중국 '강공', '현상 유지', '화해' 중 어느 선택지를 택하느냐에 따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가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홍콩 명보와 대만 연합보 등 중화권 매체 보도를 종합해보면 라이칭더는 사실상 '현상 유지'에 가까운 선택을 취임사에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취임사에는 차이 총통이 그동안 주장해온 '4개 견지'(四堅持)를 바탕으로 라이칭더의 '4개 기둥'(四支柱)이 포함될 것으로 연합보는 전했다.

차이 총통은 2021년 대만 건국기념일(쌍십절) 행사에서 ▲ 자유민주적 헌정 체제 ▲ 대만·중국 서로 종속 불가 ▲ 주권 침해·합병 불가 ▲ 대만 국민 뜻에 따른 대만 미래 결정 등의 4개 견지론을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라이 당선인은 작년 7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대만의 국방·경제·민주주의 강화와 현상 유지라는 4가지 기둥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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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
(베이징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옆자리의 리창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함께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전인대는 오는 11일 폐막한다. 2024.03.08 passion@yna.co.kr



명보는 라이 당선인이 취임사에 2016년 집권 이후 민진당이 해온 양안의 평화·안정, 현상 유지를 위한 약속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에 대한 '선의 불변'의 정책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는 점과 함께 대만 수호 결심도 재천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대만 내에선 라이 당선인이 자신의 기존 대만 독립 주장을 완화해 취임사에 담더라도 중국은 크게 반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공 내전 패배 이후 대만에 건너온 중국 대륙인이 아닌 대만 섬 출신 첫 총통인 리덩후이는 양안을 '특별한 국가 간 관계'로, 민진당 출신 첫 총통 천수이볜은 '쌍방 일국'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차이 총통이 '중국과 대만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 관계'로 규정하자 중국은 '독립 시도'로 보고 반발해왔다.

중국은 국민당 소속 마잉주 전 총통 시절 양안이 합의한 '92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로 민진당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음) 수용을 요구하고 있으나 차이 총통은 물론 라이 당선인도 거부해왔다.

대만 포광대의 류진차이 교수는 명보에 "라이 당선인의 취임 연설이 '실용적 대만 독립'과 '현상 유지'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여 양안 대화와 협상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온건한 (대중국) 접근으로 논쟁을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jinbi100@yna.co.kr,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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