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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기자수첩]AI 패권 도전한 日…큰 그림 못 읽은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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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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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헤어질 결심을 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근 야심을 드러낸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실적발표에서 "파트너사의 AI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체 AI를 개발하겠다"며 "AI 서비스와 차세대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도 통 큰 투자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인 12일 소프트뱅크그룹이 AI 프로젝트에 10조엔(약 88조원)을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설계 자회사 암(ARM)에서 AI 칩을 개발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 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룹은 ‘이나자기(Izanagi)’라는 프로젝트로 범용인공지능(AGI)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10년 안에 AGI가 등장할 것"이라며 "여기에 몰두한 기업이 10년, 20년 뒤 인류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손 회장의 ‘빅 픽처’는 분명하다. AI 칩부터 AI 모델, AI 서비스까지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라인야후 역시 이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각이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 창고일 뿐 아니라 AI 서비스를 탑재해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경제산업성은 소프트뱅크의 AI용 슈퍼컴퓨터를 고도화하는 데 42억엔(약 37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 예산의 3분의 1을 소프트뱅크에 할당하는 것이다. 일본 자민당 역시 산업 정책통인 아마리 아키라 경제안보추진본부장을 주축으로 ‘반도체 디지털 산업 전략’을 내놓고 3조억엔(약 27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아마리 본부장은 "(라인의) 지배권을 일본기업으로 옮기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행해져야 한다"며 소프트뱅크의 ‘정치적 뒷배’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결별하려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라인을 뺏기느냐 뺏기지 않느냐에 매몰돼 있다. 이마저도 네이버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침묵하고 정부는 네이버만 바라보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내 대표 IT기업이 일본의 AI 패권 도전이라는 큰 그림을 못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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