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6 (목)

최강 ‘태양 폭풍’… 남미에서도 오로라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저위도 국가까지 이례적 관측

지난 11일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북반구 곳곳의 밤하늘이 오로라로 화려하게 물들었다. 오로라는 북위 60~75도 부근에서 주로 겨울에 관측된다. 큰돈을 들여 아이슬란드·핀란드·캐나다 등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 ‘오로라 헌팅(사냥)’을 해야 할 정도로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엔 영국 런던, 미국 텍사스주에서도 목격담이 올라왔다.

이런 현상은 최근 발생한 ‘태양 폭풍’ 때문이다. 태양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는 플레어(flare) 현상으로 태양에서 분출된 입자들이 광속으로 지구 쪽으로 몰려왔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우주기상예측센터(SWPC)는 이날 최고 수준인 ‘G5′ 등급의 태양 폭풍이 지구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최고 등급인 G5 태양 폭풍이 발생한 것은 2003년 10월 이후 21년 만이다. 이런 변화는 오로라 발생뿐 아니라 위성 궤도 이탈과 GPS(위성 항법 시스템) 수신 장애, 항공기 운항 방해 등의 피해를 일으킨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극지 오로라, 런던·텍사스에서도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대전입자(전하를 가지고 있는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끌려 들어와 대기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공기와 부딪히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전입자들이 공기 속 산소나 질소 원자와 충돌하면 전자가 떨어져 나오면서 이온이 생기는데, 이러한 이온들이 다양한 파장의 빛을 내면서 오로라를 만든다. 극지방으로 갈수록 자기장이 강하기 때문에 북극과 남극 주변에서 관측된다.

이번에 저위도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된 것은 태양 폭풍으로 지구로 날아온 대전입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양이 많다 보니 자기장이 약한 곳으로도 대전입자가 끌려 들어왔다. 올해 태양 활동이 극대기에 들어서면서 최근 잇따라 강력한 태양 폭풍이 지구에 몰아치고 있다. ‘태양 활동 극대기’란 태양의 심층부에서 자기장 폭발이 일어나는 시기로 약 11년 주기로 발생한다. 과학계에서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극대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 우주기상예측센터 클린턴 월리스 국장은 “이례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직전 최고 등급 태양 폭풍 발생기였던 2003년 10월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된 적이 있다.

◇지구에 몰아친 최고등급 태양 폭풍

태양 폭풍이 아름다운 오로라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태양에서 나오는 전자, 양성자 등 입자가 지구로 날아들며 우주 공간의 ‘전자기 환경’에 혼란을 일으킨다. 지구 자기장 등에 변화가 생기고, 전자 통신에도 영향을 준다.

태양 주변에서 날아든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부딪히면, 지구를 둘러싼 전자의 밀집층(전리층)에 변화가 생긴다. 전자의 밀도가 더 두꺼워지면서, 인공위성에서 보내는 GPS 신호가 이를 온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지상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전리층 변화 때문에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의 궤도가 변하기도 한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성능이 저하돼 긴급 조사에 나섰다고 12일 밝혔다. 스타링크는 저궤도에 5800여 대의 위성을 쏘아 올려 인터넷을 제공한다. 스페이스 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많은 압박을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견뎌내고 있다”고 적었다.

지금보다 낮은 단계의 태양 폭풍에도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있다. 2022년 2월에는 태양 폭풍으로 스타링크의 위성 40개가 동시에 궤도를 이탈했는데, 당시 태양 폭풍의 강도는 가장 낮은 G1 등급이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통신은 영향이 미미하다. 태양 폭풍의 영향을 받는 고주파 대역과는 다른 무선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성 GPS 정보를 이용하는 항공기와 선박, 자동차 등은 상황에 따라 영향권에 들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을 기해 우주 전파 재난 ‘주의’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2011년 우주 전파를 관측하는 과기정통부 소속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가 문을 연 이후 주의 단계 경보가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윤기창 우주전파센터 연구사는 “항공, 위성 등 우주 전파의 영향을 받는 시설이 국내에도 급증하며 우주 전파 관측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태양 폭풍

태양으로부터 광속의 전자기파와 입자가 대량으로 나와 지구의 자기권을 강타하는 현상을 말한다. 태양 표면의 한정된 영역에서 짧은 기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현상인 ‘플레어(flare)’가 발생할 때 나타난다. 태양 플레어는 수소폭탄 수천만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같은 위력으로, 통상 11년 정도의 주기로 극대화된다.

[김효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