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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인공지능과 교육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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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내가 근무하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는 여름 학기가 시작되었다. 3년 전에 가르쳤던 온라인 코스의 강의 계획서를 수정하다 보니 우리 생활에 침투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위력이 실감 난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도구들이 널리 사용되면서 논문 과제물 중심이었던 인문학 교육 방법은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그동안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교육자는 숙제 및 시험 등에서 AI 도구 사용을 부정행위로 금지했다. 하지만 점차 사용이 늘어나고, 사용 여부 감지도 점점 어려워지면서 전통적인 평가 시스템까지 무의미해질 처지다.

중앙일보

일러스트=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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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퍼플렉시티 AI, 그리고 구글 제미나이 같은 챗봇은 신경망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자체 학습을 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다. 사람들이 쓰면 쓸수록,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정교해진다. 내가 주로 내는 에세이형 퀴즈 문제를 이런 챗봇에 입력하면 그럴듯한 답변이 나온다. 심지어 특정한 나라 사람들이 주로 범하는 문법적 오류를 일부러 삽입해 쓰라고 하면 정말로 그렇게 쓴다. AI를 사용해 숙제를 했다고 의심이 가는 경우도 이를 증명할 길이 없어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많은 교수가 수업 특성에 따라 AI를 허용하되 구체적인 도구 사용 방법과 그 절차를 밝히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공학 시험에서 계산기를 허용하는 것처럼 AI 챗봇도 단지 도움의 수단으로 보자는 논리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AI는 벌써 우리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다. 우리가 항시 즐겨 쓰는 전자 기계와 도구들, 그리고 수많은 앱에도 벌써 도입되었다. 제조업·농업·금융업은 물론이고 군사기술에도 한몫한다. 우크라이나 및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쓰이는 AI 기술이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섬뜩한 현실에 다다랐다. 기술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도덕성을 같이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법률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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