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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전국민 25만원’ 공약 위헌논란 확산…“예산편성권 침해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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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0일 화성시의 한 반도체 기업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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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0일 개원하는 새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는 법안을 1순위로 발의하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위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기자들을 만나 “전 국민에게 민생 지원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법률을 입법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보니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밝혔다. 헌법 54·56·57조에서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 부여하고 있는데 국회가 입법으로 강제하는 건 헌법 위반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은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이다.

한상희(참여연대 공동대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중앙일보에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뒤 판단해 봐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들어가면 위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가 정부의 권한을 무시한 채 결정하고 그대로 하라는 것 자체로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 66조에서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명시한 점 등을 염두에 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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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 24일 4·10 총선을 위한 공약으로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면 민간소비가 살아나 경기가 회복할 것이란 명분이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은 범야권이 장악한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우회로를 뚫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대표가 지난달 17일 “처분적 법률을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달 6일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가장 먼저) 1인당 25만원 지급 법을 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 대표가 언급한 처분적 법률이란, 행정부의 집행이나 사법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의 권리·의무를 발생시키는 법이다. 위헌 논란이 발화하는 지점이다.

위헌 논란과 별개로 “현금 지급 정책은 경제적 이점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9년 대만에서 지급된 소비 쿠폰의 소비 증대 효과는 24.3%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지급하면 추가 소비가 24만여원 늘어나는 데 그치고 나머지 금액은 저축 등으로 쏠린다는 의미다. 2020년 5월 ‘코로나19’ 사태 당시 국내에 지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도 비슷한 수준(26.2~36.1%)의 소비 증대 효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고물가 현상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나라 곳간을 고려할 때 13조원가량이 소요되는 ‘전 국민 25만원씩 지급’안을 실현할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관리재정수지는 약 75조원 적자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중앙정부 채무는 지난 3월 말 현재 1115조여원에 달한다.

굳이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저소득층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금 지급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비를 진작시키지만,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효과는 떨어진다”며 “어려운 국민에게 집중해서 드리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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