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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시간"…멍때리기 대회 열기 '후끈'[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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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간 멍 때리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 10주년

"회사 다니랴, 학원 다니랴 바빠서 쉬고파 참가"

80여팀 참가…현장 지켜보는 시민들 열기 '후끈'

뉴시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2일 서울 잠수교에서 열린 '서울시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들이 경연을 하고 있다. 2024.05.12.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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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요즘 사람들은 쉴 시간이 없어요. 멍 때리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이 현대인에게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인도에서 온 갈라비 샤르만 씨는 12일 열린 한강멍때리기대회에 혼자 참가했다.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며 전세계를 여행한다는 그는 이날 캐리어 2대를 들고 현장에 방문했다.

그는 "현대인은 온전히 쉴 시간이 필요하다. 멍을 잘 때리고 가겠다"고 다짐을 남겼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한강멍때리기대회에는 80여팀이 참석했다. 이 대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가치 있는 행위'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16년부터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멍때리기대회가 10주년을 맞는 해로 참가자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90분 동안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않는 '멍때리기'를 가장 잘한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멍때리기 상태는 심박 수를 이용해 평가한다. 심박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점진적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우수한 멍’으로 평가된다.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관람한 시민들의 투표 점수와 심박 수 점수를 합산해 1~3등과 특별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독특한 복장을 한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머리에 갓을 쓰고 온 참가자나 등 뒤에 '맹모 삼멍지교'가 프린트 된 종이를 붙이고 온 참석자도 있었다.

유튜버 '미미미누', 아이돌그룹 빌리의 '츠키'도 대회에 참석했다. 미미미누는 "대회의 의미 자체가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각자의 존재 가치를 찾고, 한산한 분위기에서 즐기자는 것 아니냐"며 "재밌게 추억을 만들고 가겠다"고 말했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1등을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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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2일 서울 잠수교에서 열린 '서울시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들이 경연을 하고 있다. 2024.05.12.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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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가족과의 추억을 쌓기 위해 참가한 이도 있었다. 누나 김여명(28)씨와 참가한 김중천(22)씨는 "누나가 두 달 뒤면 결혼하게 됐고, 저도 곧 있으면 미국을 가야해 그 전에 누나와 추억을 쌓으려 한다"며 "이왕 참가했으니 상은 타야 하지 않겠나. 3등 안에 들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가족 단위 참가객도 심심찮게 보였다. 초등학교 4학년 전설(10)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최근에서 과학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뇌가 쉬어야 좋다고 해서 좋은 경험을 쌓으러 왔다"고 말했다.

대회 참가 이유와 포부를 적는 보드판에는 '회사 다니랴 학원다니랴 너무 바빠요 쉬고 싶어요', '90분이라도 아이템 걱정 없이 멍 때리고 싶어요' 등 이유가 적혔다.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 전 다함께 체조를 하며 시작을 알렸다. 대회는 오후 4시17분께 시작됐다.

한편 이날 첫 탈락자는 자진 기권으로, 대회시작 38분 뒤인 16시52분께 나왔다. 해부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홍지우(24)씨는 "크러쉬 영상을 보고 참가하고 싶어 매년 참가신청을 하다 올해 처음 왔다"며 "1등을 하려고 갓도 가져왔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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