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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與 비대위에 '비영남권' 중용?... "면면은 친윤계인데" 쇄신에 회의적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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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사퇴 한 달 만에 비대위 구성 마무리
'나경원 연판장' 이름 올린 인사 포진
'전대 룰' 개정 소장파 인사들 제외
'6말 7초' 전대 땐 룰 개정 어려워
한국일보

황우여(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4 원내대표 선출 선거 당선자총회에 참석해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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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비대위원과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인선을 마무리했다. 4·10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난 지 한 달 만에 지도부 진용을 갖춘 것이다. 비대위원 면면을 보면 '영남 자민련'이란 비판을 의식해 지역적 안배를 했을 뿐, 친윤석열(친윤)계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당원 100%' 전당대회 룰 개정 등 당 혁신을 요구하는 수도권 중심의 소장파 인사들은 배제됐다. 이 때문에 황 비대위원장이 취임 때 언급한 '쇄신'이 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대위원 7명 중 4명이 법조인 출신인 점도 우려


황 비대위원장은 이날 재선에 성공한 엄태영(충북 제천단양)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의원과 국회에 첫 입성한 30대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 서울 강동갑에서 낙선한 전주혜 의원을 비대위원에 내정했다. 정책위의장엔 정점식(3선·경남 통영고성), 사무총장엔 성일종(3선·충남 서산태안) 의원을 선임했다. 황 비대위원장과 당연직 비대위원인 추경호 원내대표와 정점식 정책위의장 내정자까지 7명의 비대위 체제가 구축됐다. 이에 대해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수도권과 충청, 강원 등 국민의힘이 귀를 기울여야 할 지역 출신으로 인사들을 구성했다"며 "시급한 현안인 민생 안정을 위한 '일하는 비대위'를 구성하고자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황 비대위원장과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고위 당정대 협의회를 갖고 의정갈등 등 정국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여당 지도부는 13일 첫 비대위 회의를 가진 뒤 저녁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비영남권 인사를 중용했다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이날 임명된 4명 중 김 당선자를 제외한 3명은 지난 2년간 전면에서 친윤계와 호흡을 맞췄던 인사들이다. 구체적으로 이들 3명은 지난해 3월 전대에서 나경원 동작을 당선자의 전대 출마를 막고자 친윤계가 주도한 '연판장'에 이름을 올려 논란이 됐다.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법조인 치중 인사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황 위원장을 비롯해 정 정책위의장 내정자와 유상범 전주혜 의원까지 7명 중 4명을 법조인 출신으로 채운 점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장 수도권 현역 의원들의 비판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과연 이 정도의 비대위 구성으로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의 눈높이에 부합하고,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라며 "수도권 낙선자의 추가 인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도 "혁신형 인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비대위가 인요한 혁신위 시즌2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낙선자는 "소장파들은 그냥 제외하겠다는 시그널"이라며 "변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총선 참패 이후 수도권 중심의 3040 당협위원장 모임인 첫목회를 중심으로 △당원 50% 일반 민심 50% 룰 △집단지도체제 전환 등 전대 룰 개정을 주장했으나, 이런 논의가 '황우여 비대위' 체제에서 묻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6말 7초 전대시 '전대 룰 개정' 시간적 여유 없어


황 비대위원장 스스로 주장한 6말 7초보다 전대 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친윤계와 심정적으로 가까운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관철시킬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실제 당 내부에서는 전대 연기에 반발하는 윤재옥 전 원내대표 등 친윤계 움직임이 결국 전대 룰 개정을 요구하는 비주류 의견을 물리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5일의 공고기간과 10여 회의 전국 합동연설회, 방송토론회 등 일정을 고려하면, 황 비대위원장 주장대로 전대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40일 이상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대 시기를 6말 7초로 못 박으면, 룰 개정 및 집단지도체제 전환 등을 위한 여론 수렴 및 개정 절차를 밟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지는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대 시기와 관련해 "비대위에서 차분히 논의하고 필요한 결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 내정자는 "최초 비대위가 출범할 때 취지에 따라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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