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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친명계 ‘국회의장 추미애’ 노골화…박찬대 교통정리로 조정식-정성호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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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추미애·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장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앞서 손을 잡고 있다. 2024.5.12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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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추미애 당선인(6선·경기 하남갑)을 선출하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내 의장 선거 경쟁자였던 친명계 조정식 의원(6선·경기 시흥을)이 12일 추 당선인과의 단일화를 선언한 데 이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5선·경기 동두천-양주-연천갑)은 후보직을 사퇴했다. 추 당선인을 밀어주기 위해 찐명(진짜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가 조정식·정성호 의원을 만나 의장 후보군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추대 논란’도 커지고 있다.

추미애, 조정식과 단일화…정성호는 사퇴

추 당선인과 조정식 의원(6선·경기 시흥을)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추 당선인을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단일 후보로 내세우는데 합의했다. 추 당선인은 “(당내) 최다선(6선)인 두 사람이 국회의 관례를 존중하고 국회를 선도하는 모범을 보이고자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민주당 당선인과 당원들이 대동단결해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국회를 위한 마중물이 되고자 후보 사퇴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내 최다선인 두 사람이 사실상 전·후반기 의장을 나눠 갖기로 이면 합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사실상 추 당선인에게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조 의원이 다선이 의장에 오르는 관례를 내세워 후반기 의장을 노리기 위해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5선의 정성호 의원도 이날 국회의장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그간 성심껏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죄송하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당선인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친명계 지지 기반이 겹치는 정 의원으로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가 의장 선거 후보 등록일(7~8일) 직전인 5일과 6일 각각 조 의원과 정 의원을 만나 ‘당원들의 뜻’을 이유로 사퇴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도 당원들이 추 당선인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차기 대선 행보를 위해서 전략적으로 추 당선인을 의장 후보로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추 당선인이 강성 행보를 펼치면서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워주면 이 대표로서는 상대적으로 민생 이슈에 집중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16일 치러지는 국회의장 후보 당내 경선은 추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5선·서울 노원을)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우 의원의 경우 김근태계와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중심인 ‘더 좋은미래’와 과거 자신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을지로위원회 등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 역시 후보 등록 과정에서 친명계 모 인사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개혁국회를 만들어야하며, 선수는 단지 관례일뿐”이라면서 “결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나누듯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 “원내대표 이어 의장까지 추대하나”

친명계가 “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며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부정해온 추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22대 국회에서 ‘거야(巨野) 독주’ 체제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추 당선인은 이 대표의 당내 핵심 지지 그룹이자 당내 강경파인 ‘처럼회’와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지지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 등 친명계 인사들을 내세워 사실상 후보군 정리에 나선 것을 두고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의장 선거에서도 ‘명심(明心)’이 작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가 자신의 영역도 아닌 국회의장 선거에 나서서 관여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까지 대표 의중에 따라 선출되는 게 맞냐”고 비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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