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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경비원이 대신 받은 납세고지서는 유효할까…법원 “적법한 송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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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경비원이 당사자 대신 납세고지서를 받았더라도 적법한 송달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비원이 평소 등기우편물을 받아왔다면 수령 권한을 묵시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납세의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지난 3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세계일보

서울행정법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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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은 A씨 부친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로 사망한 일이 발단이 됐다. A씨 부친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유흥주점을 영업했다. 2014년 1월부터 4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총 2억7690만원을 납부하지 않았는데 2015년 1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과세당국은 부친 소유 아파트를 2014년 압류했고, 사망 이후에도 체납이 이어지자 2022년까지 가산금 약 2억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2022년 4월 아파트가 공매로 넘어가게 되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납세고지서 중 2023년 1월분은 사업장 건물의 경비원에게 송달됐고, 2·3·4월분은 주소지 불분명으로 인한 공시송달이 이뤄져 송달에 위법이 있다며 과세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송달 과정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건물에 송달되는 우편물은 관례로 경비원이 수령하는 등 입주민들이 수령 권한을 경비원에게 묵시적으로 위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송달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적법하게 송달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송달받아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때는 ‘사용인·종업원·동거인으로서 사리를 판별할 수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송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국세기본법도 기각 이유로 들었다.

공시송달된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이 납세고지서를 교부송달하기 위해 망인의 주소지를 방문했으나 구체적인 호수가 기재돼 있지 않아 주소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후 망인의 주소지로 납세고지서를 발송했으나 반송됐다”고 말했다.

법원은 부친 아파트에 살던 A씨가 2014년 압류된 사실을 인지했을 텐데 9년 동안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공매공고가 난 이후에 소송을 제기한 점도 지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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