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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겨울·봄에도 장마같은 비…이상기후 따른 농업재해 일상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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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량 부족으로 경남 2천361㏊ 시설하우스 작물 생장 장애 피해

수박·깻잎·마늘·매실 등 광범위…농림부, 재난지원금 지급 예정

연합뉴스

겨울 잦은 비로 망친 함안 겨울수박
[함안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함안·밀양=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우리나라 기후가 점점 우기, 건기가 있는 동남아처럼 바뀌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지난 5∼6일 어린이날 연휴 때 전국적으로 장마철이나 한여름 집중호우를 연상할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지난 겨울에도 마치 여름처럼 비가 잦아 농작물 작황에 악영향을 미쳐 경남지역 농가들은 근심이 크다.

강대훈 함안군수박생산자협의회장은 12일 "올해 초부터 비가 너무 자주 내려 수박 농사를 망쳤다"고 말했다.

함안군은 시설하우스 겨울수박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이다.

강 회장은 함안군 군북면에서 35년째 수박 농사를 한다.

차례상 수요가 있는 설을 전후로 출하량이 많은 시설하우스 수박 농사는 겨울철 햇빛이 좌우한다.

맑은 날이 많아야 수정이 잘되고 병에 잘 걸리지 않으면서 수박이 크게 자란다.

그러나 지난 겨울, 수시로 비가 내려 일조량이 줄면서 곰팡이병이 발생해 잎과 줄기가 녹아내렸다.

용케 수박 열매가 맺히더라도 내다 팔지 못할 정도로 크기가 작아졌다.

강 회장은 "정상적으로 자란 수박 무게는 4∼6㎏ 정도 되는데 지난 겨울 키운 수박은 1∼3㎏ 정도다"며 "시설 하우스 1동당 수익이 뚝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경험상 비가 자주, 오래 내리면 수박 농사 재미를 못 본다. 이번 겨울같이 날씨가 안 도와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이상 기후가 일상화되는 것 같아 농민들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라지 않는 멜론
[경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응한 밀양 상동깻잎원예영농조합 대표 역시 날씨 이야기가 나오자 혀를 찼다.

그는 1990년 무렵부터 깻잎 농사를 시작했다.

밀양시는 우리나라 시설하우스 깻잎 생산 전국 1위 지자체다.

밀양 깻잎 재배농들도 함안 겨울수박 재배농처럼 지난 겨울, 잦은 비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낭패를 봤다.

김 대표는 "지난 겨울, 비가 자주 내려 깻잎 성장이 더뎌지고, 시설하우스 습도가 높아져 곰팡이병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처럼 겨울에 비가 자주, 많이 내렸던 적이 있었나 싶다"며 "기후변화가 앞으로 더 심해진다는데 어떻게 대처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털어놨다.

수박, 깻잎 외에 지난 겨울에는 딸기, 고추, 멜론, 애호박, 파프리카, 토마토, 오이, 고추 등 경남에서 재배하는 거의 모든 시설작물이 잦은 비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피해를 봤다.

경남도에 따르면 올해 1∼2월 사이 경남지역 강수량은 169.3㎜, 일조시간은 310시간이었다.

최근 10년 경남 평균보다 강수량은 92㎜ 많았고, 일조시간은 78시간 줄었다.

경남도는 진주시, 밀양시, 함안군, 산청군 시설하우스 2천361㏊에서 지난 겨울 일조량 부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연합뉴스

벌마늘 피해
[경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농림축산식품부는 겨울철 시설작물에 생긴 곰팡이병, 수정·착과 불량, 상품성 저하 등 피해를 일조량 부족으로 발생했다고 인정해 피해 조사 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마늘과 매실도 이상기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작물이다.

최근 전남, 제주, 경남 등 전국 마늘 주산지에서 마늘이 10여쪽으로 나뉘면서 크기가 작아지고 잎이 생겨 상품성이 떨어지는 '벌마늘' 현상이 발생했다.

농업당국은 지난 겨울 평년 대비 기온이 높았고, 2∼3월 자주 내린 비와 흐린 날씨 등 일조시간이 부족해 벌마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

매실은 꽃이 필 무렵 2∼3월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수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냉해 피해가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벌마늘 피해와 매실 냉해 역시 이상기온이 초래한 농업재해로 인정해 피해 조사 후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과거에도 농업재해는 늘 있었지만, 태풍, 집중호우, 큰 눈 등 계절적 요인이거나 단기 농업재해가 일반적이었다.

일조량 부족처럼 농작물 생장 장애를 불러온 농업재해는 흔하지 않았다.

경남도 농정국 관계자는 "태풍, 집중호우로 인한 농업재해는 더 심해지고,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재해는 새로 발생하는 등 농업재해가 일상화되는 추세다"고 진단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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