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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문고리 권력'에 눈 가려졌더니 끔찍한 결과 나왔다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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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⑨] '부뚜막 꿈'을 꾼 광대가 왕을 만나고 (글 : 양선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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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鱗)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같은 제목의 영화까지 나왔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말입니다. 한비자가 끌어낸 개념이죠. 그리고 이 개념을 설명하면서 든 사례가 바로 동성 연인이었던 위(衛) 나라 영공과 미자하 스토리였습니다. 이 커플은 다양한 일화를 남겼는데요. 그중엔 '부뚜막 꿈'을 꾼 광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1
위나라 영공 때엔 미자하가 총애를 받아 위나라에서 전횡하고 있었다. 군주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난쟁이 배우가 영공을 만나 말했다.
"제 꿈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무슨 꿈이냐?"
"꿈에 아궁이를 보았는데, 공을 뵐 징조였나 봅니다."
이 말에 영공은 화가 나서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군주를 만나는 자는 꿈에서 해를 본다고 했는데, 어찌하여 꿈에 부엌 아궁이를 보고 나를 보았다는 것이냐?"
그러자 난쟁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체로 해는 천하를 두루 비추는 것이지요. 물건 하나로는 그것을 가릴 수 없습니다. 군주도 한 나라를 두루 비추지요. 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가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궁이는 한 사람이 불을 때면 뒷사람은 그것을 볼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혹시 한 사람이 군주 앞에서 불을 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가 비록 꿈에 아궁이를 보았다고 해도 맞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이 사례는 '한비자' 내저설 상편에 등장합니다. 바로 술(術)에 관해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앞서 법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법(法)·술·세(勢)'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엔 '술'에 대해서 말할 차례입니다. 술이란 군주의 기술, 정치의 기술입니다. 한비자는 "군주에게 술이 없으면 윗자리에 앉아서 눈이 가려진다"고 합니다.

술의 기본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 각각의 자리에 딱 맞는 사람들을 골라 앉히는 인사의 능력이지요. 한비자는 '왕이 총애하는 한 사람'으로 인해 왕이 가로막히는 것을 가장 경계합니다. 부뚜막 같은 왕은 만백성에게 골고루 빛을 발하지 못하니까요.

실제로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존망과 치란이 갈리는 계기이고, 술 없이 사람에게 맡기면 실패하지 않는 예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비자는 친절합니다. 군주가 술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나열합니다. 이른바 칠술(七術)입니다. 술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일곱 가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 첫째, 참관(參觀)입니다. 이는 진실을 알고 싶다면 다양한 경로로 증거를 모아서 대조하라는 것입니다. 만약 군주가 듣는 일을 '문고리 신하'에게 맡기면 그가 군주에게 들어가야 할 말들을 막게 된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런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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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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