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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김준형 “대통령의 검찰 중심 ‘흑백론’, 외교에도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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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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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에서 ‘가치 외교’라는 개념이 좀 호도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민주주의, 인권, 자유를 지향하는 문제와 이것이 스탠다드가 아닌 나라와 ‘외교를 안 하는’ 문제는 다른 거잖아요.”

조국혁신당 소속 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인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세계일보가 진행한 윤 정부 취임 2주년 외교안보 정책 평가 인터뷰에서 현 정권의 가치 외교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는 당연히 추구해야 할 ‘이념’이지만, 이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와 외교하지 않는 건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이는 ‘균형 외교’를 하라는 말과는 다르다고 김 당선인은 강조했다. “한미동맹을 건드려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진보 정부도 다 알았다”며 “한·미·일이 중요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북한을 관리하는 외교조차 없다 보니 우리가 미·중 경쟁의 최전선에 서게 되고, 안보 위기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낳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균형 외교가 아니라 ‘실리 외교’를 못 했다는 평가다.

김 당선인은 이에 대해 “대통령과 측근의 세계관이 검찰 중심 사고와 연결돼 있고 외교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검사와 피의자, 아군과 적군 사이엔 중간지대가 없다”며 ”그런데 이런 흑백론과 달리 외교는 원래 ‘회색’이라 우방과도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협상해야 하고, 적대 관계도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음은 김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윤 정부의 지금까지 외교안보 정책 총평은.

“(1년 전과) 기조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강화됐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진영 외교’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 외에는 심각한 아젠다를 둔 외교 행위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지금 정부의 결실이라는 게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안보 협력 두 가지다. 결국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진영 외교에 올인했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고 이건 본질의 문제다. 지금의 한러 관계나 한중 관계는 다른 원인도 작용했지만 우리가 그걸 적극적으로 개선한다거나 관리하는 외교가 없었다는 게 핵심이다. 철저하게 진영 편향적 외교라고 본다.”

-그렇게 갔을 때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외교의 다양성, 다변화 부분에서 본질적인 하자가 좀 있었다. 국가안보실, 대통령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외교부의 전문성 같은 것들이 적극적으로 반영이 안 됐다. 이것이 일련의 외교 참사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외교 없는 대한민국, 외교부 없는 윤석열정부’라고 제목을 잡아도 될 것 같다.”

-방향성부터가 문제가 있다는 건가.

“소위 진보 진영에서 늘 얘기하는 균형 외교하고는 좀 다르다. 균형이라는 단어 자체도 솔직히 별로 안 좋아한다. 우리가 균형 외교라는 걸 해 본 적도 없고, 어떤 진보 정부도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한미동맹을 건드려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진보 정부도 다 알았기 때문에 이건 프레임이라 생각한다. 한·미·일이 중요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북한을 관리하는 외교조차 없었다 보니 우리가 미·중 경쟁의 제일 선두에 서게 됐다. 대륙 국가에 속한 우리가 북·중·러와 사이가 나빠지면서 안보 위기가 오고, 중국과의 불화로 경제에도 영향을 받는 외교를 한 것은 ‘실리 외교’를 못한 게 아닌가.”

-다른 선택지가 있나.

“정반대의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게 인도다. 인도를 우리가 기회주의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야말로 실리 외교를 한 사례다. 인도는 러시아도 제재 안 한다. 미·중, 미·러 사이에서 가장 덕을 본 게 지금의 인도다. 이런 외교는 우리가 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가치 외교는 어떻게 되나.

“현 정권의 가치 외교가 좀 호도시키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민주주의, 인권, 자유를 지향하는 문제와 그런 스탠다드가 아닌 나라와 외교를 안 하는 거랑은 다르다. 그걸 구별 안 하는 것 같다. 그럼 우리가 자유, 인권의 가치를 버린 거냐? 사실 이건 가치가 아니라 이념이다.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다소 그렇지 못한 국가들과 외교는 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지향하는 수준에 속한 나라들은 50∼60개밖에 안 된다. 유럽, 한국, 일본 이런 곳 빼면 우리가 외교할 운동장 자체가 계속 좁아지는 것이다.”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이번에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것이라든가 엑스포 유치 때도 봤듯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해 우리가 완전히 배제돼 있다. 인도와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와 계속 연결되려고 하고, G7도 이탈리아에서 그렇게 하는 이유가 중국에 뺏기지 않고 자기들의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그 대책이 하나도 없다.”

-다음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정부가 매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 같던데.

“그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요식 행위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예컨대 예전에 ‘날리면’ 사건 났을 때 우리가 1억불 펀딩한다는 걸 마치 우리도 글로벌 사업을 챙긴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왜냐면 그건 미국이 만드는 펀드에 우리가 돈 내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레버리지를 가지는 대 글로벌 사업들로 얘기해야 맞다. 엑스포 유치 실패가 바로 그 글로벌 사업들을 안 챙겨서 온 결과다. 그런 본질적 변화로 가야 한다. 한·중·일 정상회의 미뤄졌던 것이 이달 말 열리는데 이 또한 잘 살려야 할 기회다.“

-현 정부의 외교가 세심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

“세밀한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측근의 세계관이 일본의 극우, 심하게 말하면 미국의 네오콘과 같다고 본다. 그건 결국 검찰 중심 사고와도 연결돼 있고, 외교에도 반영된다. 검사와 피의자, 아군과 적군 사이에는 중간지대가 없다. 근데 외교는 원래 회색이다. 우방과도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협상해야 하고, 적대 관계도 관리를 해야 한다. 색깔로 치면 지금 외교가 너무 흑백론이다.”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얻어낸 것은 있나.

“미래의 안보에 대한 확신을 받았다 이 정도. 확장 억제는 그렇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에 우리가 거의 133조를 투자하고도 배터리 보조금에서 배제되고 확실하게 받은 게 없다. 삼성이 나중에 보조금을 받게 될 거다, 세금 면제를 받겠다는 정도의 약속인데 이건 트럼프가 당선되면 트럼프는 안 준다고 했다. 일본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본이 우리한테 준 게 뭐가 있나. 관계 개선 분위기 외에는 없다. 우방국에서도 별로 받은 게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 변수가 안 된다. 한국을 구태여 만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꼭 성공했다는 건 아니지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냐 하면 한국이 미국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우스도 한국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미국, 유럽, 일본과 다르지 않으면 우리를 만날 이유가 없다.”

-대북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대북 정책은 사실 미국도 한국도 영혼이 없다. 담대한 구상, 미국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외교 협상의 문은 열려있다는 그 얘기만 한다. 미국 아젠다에서 대북 문제는 대체로 낮은 우선순위였지만 이제 아예 순위에 들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본다. 전략적 인내를 넘어서 ‘전략적 방치’다. 물론 북한 탓도 있지만 대화를 하려면 타협하는 자세가 돼야 하는데 우리는 강대강으로 나왔다. 남북이 계속 적대적 공생으로 위기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근데 그건 우리가 손해다. 명분이나 체면을 세울지 모르지만 북한은 전략적 환경이 지금 우리보다 좋다.

미국이 러시아,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면서 대북제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러시아에게 북한의 중요성이 점점 커졌다. 우리는 중·러와 관계 개선으로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도 못 했다. 이게 국내 정치적으로는 지지자들한테 호소가 된다. 강하게 나가고, 지지자층 결집에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국익 면에서는 전체적으로 잃는 것이 크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변수, 한반도에서 우리를 관리할 외교의 힘 같은 게 없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선 비핵화가 실패가 아니고, 시간 문제라고 보기도 하는데.

“한미동맹, 북한 억제력을 강조하면 두 가지 방법뿐이다. 북한이 항복하거나 전쟁하거나. 전쟁은 이 정부도 원치 않고 미국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라는 옵션을 빼고 북한을 어떻게 항복시킨다는 것인가. 이런 구상들은 북한이 무릎을 꿇어야만 효과를 본다. 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지금 더더욱 왜 그러겠나. 물론 북한도 영원히 갈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은 그전보다 훨씬 더 환경이 좋다는 건 사실이다. 그때도 안 무너졌는데 지금은 왜 무너진다고 생각하나.”

-신냉전 시대 한국 외교의 좌표 설정은.

“국제질서에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미·중 신냉전이다.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 특히 북한도 재작년부터는 신냉전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신냉전 프레임에 안 빠지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는 다극화된 곳이다. 옛날의 힘 없는 제3세계가 아니다. 비동맹이라든지 개발도상국은 냉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힘이 훨씬 커지고 있다.

한국은 ‘아프리카 문제’라고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사실 여기에 인도, 브라질도 들어가 있다. 이를 보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다. 그렇다면 외교 다극화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세계를 신냉전으로만 보고 한미동맹만 강조하다가는 시대의 한쪽만 잘못 선택할 수 있다.

또 다른 부분은 기후 변화의 문제다. ‘RE100’(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도 모르는 분이 대통령이 돼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그러면 세계 무대에서 자꾸 변방으로 가는 것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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