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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네타냐후 "홀로 서겠다"…미 '무기 제한' 경고에 정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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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전면 공격한다면 이스라엘에 공격용 무기 공급을 끊겠다고 경고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홀로 서겠다"며 계획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9일(이하 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무기 제한 발언에 대한 첫 반응으로 "만일 홀로서기가 필요하다면 홀로 서겠다"며 "필요하다면 손톱으로라도 싸우겠다. 하지만 우리에겐 손톱 이상의 것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무기 지원을 제한하더라도 이미 비축된 무기로 라파 침공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76년전 독립전쟁에서 우리는 다수에 맞서는 소수였고 무기도 없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가 있었지만 위대한 영혼의 힘, 용기, 단결로 승리했다"며 "오늘날 우리는 훨씬 더 강해졌다. 우리는 우리를 파괴하려는 자들과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단호하게 단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이 "라파로 진격한다면 나는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상대하는 데 사용했던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라파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배송을 이미 한 차례 일시 중지했다고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9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우리는 굳건히 서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타격해 안보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 구성원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와 도덕성 측면에서 이스라엘 남부에 대한 하마스 위협을 종식하고 인질을 돌려 받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며 "미국은 이 임무에 필요한 도구를 이스라엘에 제공해야 할 도덕적, 전략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다만 이들이 라파에 대한 더 심화된 공격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무기 공급을 제한하더라도 라파를 공격할 무기는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9일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스라엘군은 라파에서의 임무를 포함해 계획 중인 임무를 위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국방 및 안보 편집자 댄 사바그는 "현실은 바이든 대통령이 (수송을) 일시 중단한 제한적 범위의 무기들 외에 전차(탱크) 포탄 등 다른 무기들은 이스라엘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이스라엘이 그러기로 선택한다면 라파에서 위협적 공세를 확실히 진행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일부 전문가들이 군이 라파 공세에 필요한 군수품을 비축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미국의 군수품 배송 지연이 계속되고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지속되고 있는 헤즈볼라와의 분쟁이 확대될 경우 대응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백악관은 라파 공격이 하마스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차 만류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9일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팀에 이스라엘과 협력해 하마스에 지속적 패배를 안기기 위한 전략 개선을 지시했다. 그가 보기에 라파를 박살내는 것은 해당 목표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하마스를 쫓을 더 나은 대안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 2000파운드(약 900kg) 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225kg) 폭탄 1700개 배송을 보류한 것은 "일시 중지"라고 설명하며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는 철통 같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우파 정치 평론가 아미트 세갈은 이스라엘 방송에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공격 무기 중단 경고를 "옐로 카드"에 불과하다고 보고 "레드 카드는 결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보수 유권자 및 유대인 유권자를 고려해 무기 배송 중단까지 나아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미 의회의 한 고위 보좌관이 무기 배송 보류는 "이스라엘에 대한 작은 경고"이긴 하지만 "정책 변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하마스가 휴전안을 수락하겠다고 한 뒤 잠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희망을 줬던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군의 라파 국경 검문소 점령으로 삐걱대다 또다시 결렬됐다. 9일 <뉴욕타임스>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대표단이 휴전 협상이 진행된 이집트 카이로를 떠났다고 하마스와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회담 참여자들 사이 라파 검문소 점령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고 전했다. 다만 한 당국자가 협상가들이 하마스나 이스라엘이 협상장을 영원히 떠난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며 이집트 고위 당국자 또한 국영 방송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중재자들의 노력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하마스가 받아들이겠다고 한 협상 수정안에서 "지속가능한 휴전" 문구에 대한 해석이 가장 큰 쟁점이 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 CNN 방송은 해당 수정안에서 하마스가 애초 논의된 1단계 6주 휴전이 아닌 12주 전투 중단에 이스라엘이 사전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이 논의에 정통한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휴전이 몇 달이나 지속될 경우 전쟁을 재개하는 것이 어려워져 사실상 종전이 될 것으로 봐 이 제안에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라파 공격은 계속됐다. 9일 <로이터>는 라파 주민들과 의료진에 따르면 라파 동부 이슬람 사원(모스크) 인근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졌고 이스라엘군 공습이 주택 두 채를 파괴하며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적어도 1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대해 국제사회가 반대해 온 전면전이 아닌 "제한적"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도 이 견해에 동의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가자지구 의사들이 피난민 150만 명이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공항(약 76km²)보다 작은 지역(60km²)"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피해는 제한적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대피령을 내린 라파 동부에 있는 라파 최대 의료기관이자 지역 내 유일한 신장 투석 가능 병원인 아부 유세프 알나자르 병원에선 의료진과 환자의 대피가 이뤄지며 병원 기능이 마비됐고 가자지구 전체 일일 출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던 라파 알헬랄 알에미라티 산부인과 병원도 입원을 중단하며 의료 체계가 붕괴한 상태다.

신문에 따르면 수하이브 알함스 라파 쿠웨이트 병원장은 병원이 열려 있긴 하지만 뇌와 머리에 부상을 입은 환자, 절단이 필요한 부상을 입은 환자,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들이 몰려 들어 현재 갖고 있는 "간단한" 장비들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재앙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6일 라파 동부 11만 명 주민에 대피령을 내린 가운데 유엔은 8일 저녁까지 7만 명 이상이 라파를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들 대부분이 이스라엘군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확장된 인도주의 구역"인 가자지구 서쪽 끝 지중해 인근 알마와시와 남부 칸유니스로 향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매체는 구호 관계자들이 이들 지역이 이미 과밀하고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근까지 전투 지역이었던 칸유니스의 경우 불발탄까지 남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두 지역을 모두 방문한 라파에 있는 영국 의사 제임스 스미스가 "알마와시는 매우 혼잡"해 자리가 없고 "칸유니스 일부는 잔해에 불과하다. 생명 유지를 위해 기능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분리장벽 인근에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들이 집결해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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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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