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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물에 둥둥 "저게 뭐야?"…사람 갇혔다 말에 뛰어든 경찰, 생명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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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경기 군포경찰서 군포지구대 이남훈 경장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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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북 상주시의 한 하천에 차가 빠져 침수되는 모습.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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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둥둥 떠있는 것 뭐지?"

지난달 20일 오후 5시쯤 경북 상주시 왕복 2차선 도로. 경기 군포경찰서 군포지구대 소속 이남훈 경장은 모처럼 휴가를 내고 처가 친척들과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그는 하천 위에 떠있는 이상한 물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날은 비가 내려 날씨도 흐리고 하천 물도 빠르게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는 차를 한 쪽에 멈추고 하천 쪽을 살펴봤다. 승용차 한 대가 전복된 채로 잠겨있었다. 엔진룸이 있는 차량 앞부분은 완전히 물에 잠겨 있었고 차량 후미 쪽은 절반 정도만 물에 잠겨 있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화물차주는 비상등을 켠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경장이 다가가 "차량 안에 사람이 있느냐" "지금 탈출했느냐" 물어보니 차량 안에 사람이 그대로 있다고 했다.

이 경장과 함께 있던 처사촌 이창수씨는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마음으로 하천 쪽으로 달려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 유속을 알 수 없는 상태라서 위험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옷을 입은 상태로 바로 하천 쪽에 뛰어들었다. 물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니 수심은 가슴 정도까지 차올랐다.

차량 내부를 확인해보니 70대 노인이 어깨까지 물이 찬 상태로 창문 쪽으로 목을 내민 채 앉아있었다. 머리랑 얼굴은 이미 다 젖은 상태였고 팔을 뻗으며 살려달라고 했다. 운전석 쪽에는 회색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이 경장은 곧장 차량에 접근해 차문을 열었으나 수압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 그는 급한 마음에 맨주먹으로 창문을 수차례 내려쳤다. 수심에 있던 돌멩이를 건져 창문을 내리쳤지만 쉽게 깨지지 않았다. 이 경장과 이씨는 그나마 덜 침수된 차량 뒷좌석 문을 이동해 문을 수차례 잡아당겨 강제 개방했다.

이 경장은 노인 겨드랑이를 붙잡고 육지 쪽으로 이동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구급대는 CPR를 시도했고 다행히 노인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은 단 10분 만에 일어났다.

경찰 조사 결과 노인은 졸음 운전으로 커브길에서 핸들을 잘못 꺾어 하천에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천 옆은 공사 중이라 가드레일이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해당 노인은 이 경장에게 '차 안에서 꼼짝 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전하고 용맹한 경찰 꿈꾼다… 5년 차 경찰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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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북 상주시의 한 하천에 차가 빠져 침수되는 모습.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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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장은 평소 FTX(야외기동훈련)를 통해 비상 대응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차 안에 피해자가 있을 때 어떻게 강제 개방하고 구조해야 할지 살펴봤다고 했다.

그는 "분기별로 FTX를 하면서 인명 구조 훈련을 해왔다"며 "애초에 어떻게 피해자를 구조해야할지 경험이 있고 방향성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올해 5년 차인 이 경장은 어린 시절부터 경찰만 꿈꿨다. 평소 남을 돕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학도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했고 졸업하자마자 경찰 시험부터 준비했다.

뼛속부터 경찰인 이 경장은 앞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뒷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유리를 손으로 깨든 어떤 식으로라도 구조했을 것"이라며 "주민도 나도 모두 행복하고 안전한 치안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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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군포경찰서 군포지구대 이남훈 경장.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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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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