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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동네의원서 전공의 수련…의료계 "값싼 인력에 의존" "졸속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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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진료과, 기간 등 특위서 구체화…상반기 내 방안 마련"

전공의들 "이 시국에 무슨 의미있는지, 말도 안되는 정책"

뉴스1

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오가고 있다. 2024.5.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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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동네 병의원에서도 전공의들이 수련받을 수 있도록 수련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의료계는 "값싼 인력에 의존하려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전공의들도 "이 시국에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수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10일 제2차 회의를 통해 '전공의 업무 부담 완화 및 수련의 질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특위는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지역 종합병원, 의원에서 골고루 수련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수련생이자 근로자인 전공의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도제식으로 수련받으며 80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병원은 전공의들에게 과잉 의존하는 현행 수련체계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특위는 상급종합병원을 점차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도 집중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현재 전문의 과반 이상이 지역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서 근무하지만 상급병원과 중소병원, 의원은 환자군과 진료 내용이 달라서 현재의 수련체계로는 실제 현장에 맞는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한 1~3차 의료기관에 걸친 수련의 다변화는 중증 진료만 배우는 게 아니라, 전공의가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의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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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5.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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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도 브리핑을 통해 "특위와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전체 수련체계를 어떻게 편제할지 논의할 것"이라며 "어떤 진료과 또는 어떤 의료기관에 몇 개월 수련할지 등은 논의를 통해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르면 수련병원은 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보건 관계기관 중 지정하게 돼 있어 현행법에 따라 다양한 의료기관이 수련병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체제 개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값싼 인력에 의존하는 정책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의 거듭된 특위 참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산부인과 전문의)은 "동네 의원도 대학병원보다 더 잘하는 의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커리큘럼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파견 근무로 가능하다"면서 "값싼 전공의를 부려 먹으라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최창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대형병원에서 고생하니 1차 의료기관에서 쉬라는 의미인지 싶다. 개념 없이 하는 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최 비대위원장은 "외국은 1차 의료기관도 교육과정을 만들고 전공의를 보낸다. 진료 기록으로 다 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거 없이 그냥 하겠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이상적으로 좋은데 정부가 수련체계를 다 만들고 시작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정근영 사직 전공의(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일반 의원 수련은 돈 받고 취업한 것과 비슷하다"며 "말도 안 되는 정책이 나오는 건, 현재 특위에 의료계 참여자가 없기 때문이다. 졸속행정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직 전공의도 "지역 1차 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시국에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수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장 내일부터 의원에 전공의를 보내는 게 아닌데 너무 앞서 나가는 걱정들을 한다"고 말했다. 동네 의원에서 무엇을, 누구에게, 얼마나 배워야 할지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경실 단장은 뉴스1에 "최대한 빨리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위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상반기 내, 6~7월 사이에는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우선 논의과제"라며 "의원에서 뭘 배우고 누구에게, 어떤 의원급에 가야 한다는 기준과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의학과는 현재 수련병원과 협력 진료 관계에 있는 지역 중소병원, 의원급에도 파견해 수련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의 제도를 정착시키고 내실화하려는 것"이라며 "특위 전체 회의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열고 전문위원회는 다음 주부터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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