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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그날 밤 그 방에선 무슨 일이…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재판 증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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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살벌한 공방

조선일보

9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증인으로 나왔던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엘스가 법원을 떠나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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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200편이 넘는 포르노 영화에 출연해서 연기도 하고 성관계도 해놓고, 티셔츠와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 기절할 것 같았다고 했죠.”(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수전 네클리스)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나이가 나보다 두 배나 많은 남자가 거기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증인 스토미 대니얼스)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9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은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적나라한 공방이 오갔다. 이 사건은 2016년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대니얼스와 관계를 가졌다는 성추문에 대해 함구하는 대가로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주었다는 내용이 골자다. 성인물 배우 대니얼스는 지난 7일 증인 자격으로 처음 재판에 나와 2006년 미 서부 타호 리조트에서 트럼프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며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은밀한 내용까지 세세하게 공개해 판사의 제지를 받은 바 있다. 이틀 후 열린 재판에서 트럼프 측 네클리스 변호인은 대니얼스의 거짓말을 벗겨 내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 2시간 30분가량 거친 공세를 펼쳤다. 78세의 미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는 모든 공방을 법정에서 듣고 있었다.

A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네클리스는 대니얼스가 성인물 배우 출신이라는 점을 교묘하게 조롱하며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는 “성관계에 대해 만든 이야기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험이 많죠?”라고 물었다. 이를 들은 대니얼스도 지지 않았다. “와우!”라고 맞받아치며 ‘반격’을 시작했다. “영화 속 성관계는 (트럼프와 만난) ’그 방’에서 저에게 일어난 일처럼 매우 실제적이다”라고 맞받아쳤다. 트럼프는 대니얼스와 관계한 일 자체가 없다는 입장인데, 이에 반박한 것이다. 대니얼스는 이어 “만약 이런 얘기를 지어낸다고 하면 나 같으면 훨씬 더 재밌게 썼을 것”이라고 했고 네클리스는 “그거야 당신은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니까”라고 대답했다. NYT는 “네클리스는 트럼프 변호인 팀에서 가장 법정 경험이 많은 노련한 변호사”라며 “매우 중요한 심문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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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 변호인 수잔 네클리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대니엘스 법정 스케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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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클리스는 유무죄를 판단할 배심원 12명 앞에서 대니얼스를 ‘말 바꾸는 거짓말쟁이’이자 ‘트럼프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사람’으로 각인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네클리스는 “과거 인터뷰에선 당시 두 사람이 저녁 식사를 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안 먹었다’고 하고 있다. 당신이 하는 이야기의 세부적인 내용이 계속 바뀐다”고 했다. 대니얼스는 “저녁 식사 시간에 대화했다는 것이지 (음식을) 먹었다는 소리가 아니다. 말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네클리스는 배심원들에게 대니얼스가 2018년 인스타그램에 ‘미국을 다시 흥분하게 만들기’라는 전단을 올렸다면서 파란색 속옷을 입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니얼스가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트럼프를 이용한 질 나쁜 사람이라는 뉘앙스였다. 네클리스는 재차 “당신은 이 모든 이야기를 지어낸 거죠”라고 했지만 대니얼스는 그때마다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전직 대통령이자 11월 미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 가능성도 작지 않은 트럼프의 ‘침실’에 대한 대니얼스의 적나라한 증언은 이날로 마무리가 됐다. NYT는 “이번 재판에서 가장 치열한 순간이었다”라고 했다. 남은 증인 중에 관심을 끌 만한 인물로는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 정도가 남아 있다. 그는 트럼프가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전달한 중간 과정을 아는 핵심 인물이다. 한때는 최측근이었지만 후에 트럼프와크게 틀어졌고 서로 비방하는 사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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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맨해튼 형사법원 법정에서 스토미 대니엘스를 몰아 세운 수잔 네클리스(오른쪽)./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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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년 전만 해도 ‘대선 후보 트럼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예상됐던 ‘사법 리스크’는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총 네 건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됐는데 대부분 본 재판이 시작도 되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여겨지는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관련 조지아주(州)의 재판은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장(파니 윌리스)이 수사팀 특별검사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자격 문제 공방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의 기밀문서를 들고 나간 데 대해 열리는 플로리다 남부연방법원 재판은 판사가 지난 7일 “준비가 미흡해 재판이 불가능하다”며 20일로 예정됐던 재판을 취소했다. 향후 일정도 잡지 않았다. 잭 스미스 특검이 기소한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재판은 현재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면책 특권 주장을 심리 중이다. 네 건 중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성추문 입막음’ 사건은 유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형량이 낮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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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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